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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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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원리〓일부 남성의 경우 고환내 정소에서 정자의 첫단계인 ‘정조(精造)세포’는 만들어지지만 정자로 자라나지 못해 ‘번식능력’이 없다. 이 때 정조세포를 쥐의 고환세포에서 길러 ‘정자’로 만든 뒤 난자와 결합시켜 인큐베이터에서 기르는 것. 이전에는 인큐베이터 속 정자에 난포자극호르몬(SHH)을 넣거나 녹색원숭이의 신장에 있는 세포주를 떼어와 정자에 ‘영양분’을 주기도 했다.
▽‘유전자 이상 가능성〓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黃禹錫)교수는 “쥐의 유전자가 사람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쥐의 정소가 미성숙 정자를 길러주는 역할만 한다는 것. 그러나 마리아불임클리닉 불임연구소 박세필(朴世必)소장은 “생식세포는 피부세포와는 특성이 달라 다른 종(種)의 생식세포끼리 붙었을 때 서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 위험 여부〓안티노리 박사는 “시험관 아기 연구 초기에도 많은 학자들이 안전성을 우려했지만 기형아 발생률이 반으로 줄어드는 등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안전하다고 주장. 그러나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서창석(徐昌錫)교수는 “이전에는 주로 ‘세포주’를 이용했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가 없었지만 ‘세포’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안전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쥐에 있는 바이러스가 동종(同種)간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사람에게 옮겨져 ‘제2의 에이즈’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
〈이성주·이나연기자〉stein33@donga.com
▼윤리적 문제
쥐의 고환에서 자란 인간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나온 아이. 연구자는 쥐의 고환세포가 정자에 ‘영양분’만 대준다고 주장하지만 두 세포가 ‘얘기’를 주고받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쥐 인간’이 태어날 수도 있다.
고려대 철학과 이초식(李初植)교수는 “쥐의 고환세포를 배양액으로만 쓴다고 하지만 동물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결국 인간과 동물의 ‘벽’이 허물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사람의 고환세포가 쥐의 고환세포보다 안전하지만 이 경우에도 ‘아버지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윤리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
특히 대(代)를 이으려는 욕구가 큰 한국의 현실에서 인간이든 동물이든 ‘남의 고환’을 이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그러나 S대의 모교수(생물학)는 “엄연히 ‘아버지’의 정소가 발생인자인 만큼 다른 남성의 정자를 받는 것보다 ‘깨끗하다’”면서 “이같은 방법은 불임이라는 인류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또 하나의 현실성있는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술법의 경우 이탈리아나 한국에서 법적 문제는 없다.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최영민(崔榮敏)교수는 “인간세포와 동물세포의 결합은 안되지만 인간세포 배양을 위해 동물세포를 이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이승재기자〉stein33@donga.com
▼세계의 반응
쥐의 정소(精巢)를 이용한 태아 출산과 관련해 세계 의학계와 시민단체 및 언론들은 놀라움과 우려를 동시에 표시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태아보호를 위한 사회’라는 단체는 17일 “매우 우려스러운 소식”이라며 “이 연구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며 인간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취급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인간의 수정 및 발생에 관한 기구’는 “이런 실험을 영국에서 하려면 윤리적 문제에 관한 논란을 포함해 엄청나게 많은 절차와 감시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 “많은 비난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라 사피엔자대학 교수이자 대표적 발생학자인 알도 이시도리박사는 “성장하지 않을 세포를 인위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유전적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실험은 인간이 아닌 동물에 먼저 행해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18일 이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하면서도 이 방법으로 아기가 이미 태어났다는 이탈리아 의사 세베리노 안티노리박사의 주장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일본의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불임치료 방법은 올 1월에 처음으로 확인됐는데 벌써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들 신문은 “이번 치료법은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자 유전자에 이상이 없는지, 동물고유의 병원체는 포함돼 있지 않은지 등의 의학적인 우려마저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티노리박사는 이탈리아 실정법이 남편 아닌 남성의 정자로 인공수정하는 것만을 제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시술법은 국내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