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분의 1초와 싸우는 과학]통신분야 『혈전』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시간에 대한 정밀 기술이 통신의 발달과 맞물려 미래 과학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더 정확하게 시간을 제어해낼 것인가. 인간은 느끼지도 못하는 짧은 시간을 두고 각국의 연구 경쟁이 활발하다. 시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정보 통신 부문. 전화를 비롯한 각종 통신 시스템은 같은 회선을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 1초를 일정한 간격으로 다시 분할한다. 수백분의 1초 단위로 정확히 신호를 구분해주지 않으면 통화가 뒤섞여 ‘혼선’이 된다. 팩스를 주고 받을 때 글자가 뭉개져 나오는 것도 발신자와 수신자의 시간 간격 조정이 서로 정확히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명이 타고 있는 비행기와 관제탑 사이에서, 거미줄처럼 얽힌 컴퓨터 네트워크나 원자력발전소의 첨단 과학계측 장비에서도 정밀한 시간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각종 로켓이나 미사일도 시간 계산에 오차가 있으면 수백m∼수십㎞씩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시간 연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가는 역시 미국. 미국 국립표준기술국(NIST)이 보유한 세슘 원자시계 ‘니스트7’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광펌핑 방식을 채택한 이 시계는 ‘6백만년에 1초’ 정도의 오차로 정확성을 자랑한다. 영구자석을 이용하는 독일 일본 등의 원자시계보다 5배 이상 정확하다. 프랑스에선 원자를 분수처럼 쏘아올려 시간을 재는 새로운 방식을 최근 개발, 정확성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표준시를 관장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94년 자체 개발한 원자시계는 10만년에 1초 정도 오차의 정확성을 갖고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도 시대에 따라, 기술발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67년은 시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 이 해 세계표준시를 관장하는 국제도량형국은 1초를 ‘하루의 8만6천4백분의 1’에서 ‘세슘 원자가 91억9천2백63만1천7백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다시 규정했다. 시간의 잣대가 ‘태양’에서 ‘원자’로 넘어간 것이다. 원자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계측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테크놀러지의 발달이 시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홍석민기자〉 ◇ 자격루는 「최첨단 뻐꾸기 물시계」 세종 16년(1434년)에 완성된 자격루는 스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時報) 기능이 내장된 최첨단 방식의 물시계. 시 경 점 등 3가지 시간 단위를 사용했으며 시각마다 다른 소리를 내도록 설계됐다. 마치 뻐꾸기시계처럼 각 시각에 맞는 동물이 튀어나오는 기능도 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복궁안에 설치된 이 시계는 이 해 7월1일부터 조선의 표준시계로 공식 사용됐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됐다. 99년을 목표로 자격루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건국대 남문현교수(한국기술사연구소)는 저서 ‘한국의 물시계’에서 “(자격루는) 중국의 누각과 소송이 만든 천문시계에다 원나라 곽수경이 만든 대명전등루(1276년)와 순제의 궁루, 비잔틴의 자동장치와 알자자리(이슬람 최고의 시계 제작자)의 물시계(1206년) 등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걸작품”이라고 평가. 〈홍석민기자〉 ◇ 시간에 대한 궁금증 ◇ 시간은 무엇인가. 생각할수록 신비롭고 또 의문이 커지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에 대한 긍금증을 문답으로 만들어 본다. ▼시간은 갈수록 늦어진다〓72년부터 95년까지 시간은 20초가 늦어졌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져 하루의 길이가 미세하게 길어진 것을 보정하기 위해 윤초를 실시한 때문이다. 2000년1월1일도 1초가 늦게 시작된다. ▼똑같은 시계는 없다〓같은 원자시계라 해도 놓인 위치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원자시계를 표고 3천8백m에 놓아둔다면 표고 0m에 있을 때보다 하루에 1억분의 4초가량 빠르게 간다.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이 느리게 가기 때문이다. ▼시간과 분 초〓고대 이집트인들이 하루를 △10시간의 낮 △2시간의 여명 △12시간의 밤으로 구분한 것이 시발점. 60분, 60초를 사용하게 된 것은 바빌로니아인이 개발한 60진법의 편리함 때문. 60은 2, 3, 4, 5, 6, 10으로 다양하게 나누어져 시간을 구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 ▼시간의 표준〓세계 시간의 표준은 80년 국제도량형위원회가 정한 원자시계체제(UTC)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원자시계의 평균오차는 1백조분의 1로 3백만년에 1초의 차이 수준이다. 미국 국방부는 원자시계를 탑재한 18개의 GPS항법위성을 지구 상공에 띄워 전세계에 표준시의 신호를 전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신호를 받아 표준시를 교정하고 있다. ▼21세기는 언제 시작되나〓1세기는 서기1년부터 100년이었다. 따라서 21세기는 서기2000년이 아닌 2001년부터 시작된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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