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대기업 홍보부장의 2년전 경험담.
『직원이 10명인데 PC가 6대만 지급되었어요. 당시 「1인 1PC」가 경영방침이어서 10대를 달라고 했더니 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조정한 결과 저희 업무는 6명이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나머지 4명은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딴 부서로 가야죠」라는 대답이더군요』
생산성 향상과 효율적인 조직관리를 위해 정보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력을 조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조직기구를 폐지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정착시킨 삼성전관은 인사 영업 총무 등 업무영역별로 이뤄진 조직을 버렸다. 대신 ERP시스템의 업무흐름도에 맞춰 조직을 맞춰가고 있다.
부산과 수원공장에 각각 따로 있는 생산지원팀을 하나로 통합하고 영업조직과 생산조직의 업무분장을 이 시스템에 맞춰 재조정했다. 또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영업사원이 직접 구매물량의 파악이 가능해지면서 구매쪽 인력들을 대거 교육파트로 보낼 방침. 수치입력을 담당자가 직접 맡게 되어 전표입력 여사원 등은 상당 부분 줄일 계획이다.
각 부품의 코드정보 등 이른바 「규격정보」를 입력하는 부서와 시스템이 요구하는 생산운용기획을 짜는 「브라운관 자원기획실」 등의 조직은 새로 생겨났다.
이 회사 프로세스개혁팀의 이진형(李珍珩)과장은 『업무 프로세스 개혁이 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시스템 도입후 잉여인력을 내놓겠다는 부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중국 톈진(天津)공장은 지난 2월 가동하면서 아예 처음부터 미국 오라클사의 ERP시스템에 맞춰 업무흐름과 조직기구를 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복되어 공급되던 부품의 낭비를 줄이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이 시스템을 구축한 LG―EDS의 이운성(李雲成)차장은 『처음부터 이 정보시스템에 맞춰 업무를 분장하고 조직을 안정화시켜 나가면 나중에 추가적인 정보화투자가 필요없이 생산성 향상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중소기업인 한우중공업도 최근 이 회사의 지원으로 정보화시스템을 구축,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하던 옛방식에서 벗어나 인력이동을 통한 확실한 업무분장과 업무흐름을 구축했다.
이런 양상에 대해 대우정보시스템의 이충화(李忠和)이사는 『어찌보면 기계에 맞춰 인간을 배치한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지만 생산성 향상과 조직관리상의 이점은 외국 선진기업에서 입증되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