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넷]PC통신 부부동호회,세상사 나누며 동고동락

  • 입력 1997년 6월 18일 07시 54분


PC통신에 들어가 보면 통신을 애용하는 커플들이 모이는 「사조직」이 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3대 PC통신의 「부부동호회」는 세상 사는 지혜를 나누고 자녀걱정에 함께 울고 웃는 곳. 알뜰살뜰 벼룩시장도 열고 때때로 「현실공간」에 모여 얼굴을 익히기도 한다. 93년 개설된 하이텔 부부사랑동호회(go bubu·회원 3천5백여명)는 「의리파」로 유명하다. 95년 3월 정영일씨(daoon)가 부인이 갑작스레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B형 혈액이 모자란다는 글을 통신에 띄웠을 때 소식을 전해들은 인근지역의 회원 7명이 불과 1∼2시간만에 병원에 「집결」, 피를 나눠줘 정씨의 부인을 살렸다. 3개월 뒤 최우진씨(wj0101)가 펼친 「르완다 어린이 돕기운동」은 아직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단돈 4천원이면 르완다 어린이 한 명의 한 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글을 최씨가 올리자마자 회원들이 모금운동에 참여, 불과 15일만에 1백20여만원을 걷어 르완다에 전해줬다. 같은 해 개설된 천리안 부부사랑동호회(go bubu·회원 8백30여명)는 예비 신랑신부도 참여해 결혼생활에 대한 지혜를 선배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95년에 생긴 나우누리 「닮은 얼굴 마주보기」(go bubu·회원 2백30명)는 매주 한번 온라인 모임을 열어 친목을 다진다. 신혼부부들만을 위해 마련된 「신혼일기」 게시판에는 언제나 신혼 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풋풋한 글들이 올라 있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 온라인 모임이 인간성 상실을 부채질한다」는 일부 시각에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하이텔 여행동호회 회장(시솝)이기도 한 朴南錫(박남석·NSP1208)씨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주위 사람들이 내게는 「빛과 소금」』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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