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호수 물 1500만 t ‘마을 잠길라’ 조마조마

  • 입력 2008년 5월 19일 20시 00분


19일 이번 지진으로 가장 많은 언색호(堰塞湖)가 생겨난 쓰촨(四川) 성 칭촨(靑川) 현을 찾았다. 칭촨 현은 쓰촨 성의 가장 북쪽에 있는 산악지대로 산지의 경사가 50~70도여서 매우 가파르다.

인구 25만 명이 살고 있던 칭촨 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2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의 90%가 주저앉았고 나머지 10%도 절반이 파괴되거나 심하게 금이 가 살 수 없는 상태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길가와 구조본부에 설치된 천막에서 재기의 의지를 다져보기도 전에 닥친 수몰의 위협으로 망연자실했다.

현 내 훙광(紅光) 향과 관장(關莊) 진 등에는 이곳을 지나 흐르던 칭주(靑竹) 강과 훙스허(紅石河)가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막히면서 5~6개의 인공호수인 언색호가 생겨났다.

마젠(馬健) 칭촨 현 선전부장은 이들 언색호 둑의 높이가 40~50m쯤 되며 저수량은 1500만 t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호수의 수위는 20m에 이르는데 매일 2~3m씩 추가로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는 이 속도로 계속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둑이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언색호가 붕괴될 것에 대비해 지진 발생 다음 날인 13일부터 위험 지대의 주민 2만4300여명은 이미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마 부장은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언색호의 한쪽에 물길을 내서 물들을 조금씩 하류로 방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6분경 규모 5.4의 여진이 다시 이곳을 뒤흔들어 언색호 둑의 붕괴 위험을 높여 놓았다. 그만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칭촨 현에 오는 길에 들른 쓰촨 성 성도 청두(成都) 시는 수몰 위협으로 뒤숭숭한 칭촨 현과 달리 일상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청두 시의 대부분 학교들이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지진으로 많은 학교 건물이 무너진 두장옌(都江堰) 시에서도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20~30명이 여기 저기에 모여 수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대다수 가옥들이 파괴됐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들이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천막에서 함께 먹고 자며 공부를 하고 있다.

청두 시 텐자빙(田家炳)중학교 1학년 예루이(葉芮·16)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다"며 "방과 후에는 이재민 돕기 모금 활동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이재민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청두 시에서 만난 영국인 크리스 커밍스(25) 씨 "중국에 관광을 왔다가 지진을 맞았다"며 "여비가 떨어질 때까지는 여기서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칭촨=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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