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反삼성 역풍 심상치 않다” 위기감 대국민 사과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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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검찰총장‘X파일’ 사건을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김종빈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심각한 검찰총장
‘X파일’ 사건을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김종빈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이른바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강경 대응을 천명하던 삼성그룹이 25일 대(對)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 사태의 파장이 예상외로 크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4일 밤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가 있는 언론사들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며 사과문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며칠 전부터 ‘법대로’ 일변도의 강경 대응만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사회 각계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삼성이 이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으냐”고 광범위하게 조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X파일’이 불법 도청된 것이긴 하지만 삼성, 중앙일보, 여야 정치권이 얽힌 ‘부적절한 거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내용이란 점을 감안할 때 삼성이 과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고 빨리 털어놔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법리(法理)를 중시하는 법무팀에선 ‘언론의 위법 보도에 대해 소송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 일각에 반(反) 삼성 기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법대로’만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았던 게 솔직한 속사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삼성이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잘못 하면 앞으로 그룹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삼성은 여론 수집 결과와 각 언론사 보도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25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에 걸쳐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주재로 구조본 팀장이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선(先) 사과, 후(後) 소송’ 방침을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과문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 등 사과 이유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또 이번 파문과 관련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사과문이 여론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편 삼성은 당초 이르면 25일 MBC와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시기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삼성 측은 “관련 보도가 아직 진행 중이고 소송을 내려면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므로 시간이 걸린다”면서 “다만 소송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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