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DMB 지상파 재전송 불허]정책 헤매다 日에 선두 뺏겨

  • 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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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6일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불허함에 따라 지난해 2월 도입 발표 이후 1년8개월을 끌어온 위성DMB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위성 DMB는 방송과 통신 융합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로 휴대 인터넷 사업과 함께 새로운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산업. 정보통신부는 위성 DMB의 시장 파급 효과를 수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일본의 위성DMB사업자인 모바일방송주식회사(MBCo)와 공동으로 위성을 쏘아올리며 세계 시장 선점 경쟁을 벌였으나, 20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본측에 크게 뒤처지게 됐다.

특히 방송위는 2003년 2월 사업추진 발표 때부터 이해당사자인 거대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간의 갈등이 예상됐는데도 양쪽의 눈치만 살피다가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 왜 문제인가=위성DMB 사업자는 지상파 재전송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사례에서 보듯 뉴미디어의 조기 연착륙에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도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고전한 끝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TU미디어는 지상파 재전송을 토대로 케이블 보도채널인 YTN과 SBS골프 등 스포츠 채널, CJ미디어의 음악 채널, 온미디어의 게임채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채널 등으로 위성DMB 채널을 구성할 계획이었다.

TU미디어는 이들 채널 중에서 케이블의 전례에 비춰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기한(朴基漢) TU미디어 상무는 “지상파 방송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가입자 유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DMB보다 앞서 서비스를 실시하는 위성DMB의 선점 효과를 의식해 지상파 재전송을 반대해왔다. 전국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 의장단 등은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하면 방송위원회 퇴진을 포함해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위성DMB 사업 어떻게 되나=TU미디어측은 방송위 결정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기한 상무는 “TU미디어의 주주들과 금융권, 단말기 제조사 등의 관계자들과 다각적 검토를 거쳐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포기를 포함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TU미디어는 지금까지 위성DMB 사업에 방송센터와 중계기 설치비 등 2200억원을 투자했으며 모회사인 SK텔레콤도 위성 발사 비용 1008억원을 포함해 모두 1500억여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3월 쏘아올린 위성이 헛돌고 있어 월 16억원의 유지비도 낭비되고 있는 데다 단말기 제조업 등 관련 산업계의 타격을 감안하면 예상 피해액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 구실 못하는 방송위, 표류하는 뉴미디어 정책=전문가들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전송이나 탄핵방송 심의 때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에게 휘둘려온 방송위의 구태가 재연됐다고 비판했다.

도준호(都俊昊)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위성DMB는 일종의 벤처인데 신규 사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의 규제 때문에 힘을 다 써버린 상황”이라며 “방송위는 뉴미디어 매체의 속성을 반영한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진(崔聖鎭)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도 “방송위가 지역 방송 위주의 정책으로 신규 미디어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위성DMB가 모바일 매체에 적절한 콘텐츠를 개발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양수(崔良洙)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미디어가 도입될 때마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방송 규제정책에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를 적당히 절충하는 미봉책만 써왔기 때문”이라며 “방송위가 이해 당사자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시청자의 선택권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 미디어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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