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17일 19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사의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정유업체들이 국내에 판매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오히려 제품 마진이 늘어나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1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용 석유제품의 가격이 수출용에 비해 평균 20%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불거진 내수 폭리 의혹=정유사들은 그동안 이익이 늘어난 이유를 수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SK㈜,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등 3사의 상반기 보고서에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의 휘발유 수출가격은 L당 332.5원인 반면 내수가격은 401.7원으로 수출에 비해 69.2원(20.8%)이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도 L당 수출가격은 298.8원, 내수가격은 356.2원으로 내수 쪽이 57.4원(19.2% ) 더 높았다.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가격차는 LG칼텍스정유가 82.1원(24.5%), 에쓰오일이 72.5원(22.8%), SK㈜가 53.0원(15.4%)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내수가격에는 국내 운송비와 재고 유지, 판촉, 마케팅, 관리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수출용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20%나 되는 가격차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석유제품 가격산정 체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가에 기름값 더 올렸나=정유업체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 호조는 ‘폭리’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LG칼텍스정유는 올해 상반기 6조7545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4603억원이었다. SK㈜와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에 각각 7486억원과 24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현행 휘발유 가격의 65% 정도가 세금이기 때문에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기름값 담합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석유제품의 가격은 주유소가 결정하기 때문에 폭리 논란은 정유사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이 가격을 조절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