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29>독거노인에 식사대접 김영분씨

  • 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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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분씨(오른쪽)가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소외된 이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인천=차준호기자
김영분씨(오른쪽)가 혼자 사는 할머니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소외된 이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인천=차준호기자
14일 인천 남동구 만수2동 ‘사랑의 집’에 이 동네 할머니 10여명이 모였다.

사랑의 집은 김영분씨(55·여)가 운영하는 10평 남짓한 식당 이름이다.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해서 사랑의 집으로 이름 지었다.

이날 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달동네 등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로 김씨에게서 점심 초대를 받은 것.

“할머니, 며칠 전 갔다 드린 반찬은 맛있게 드셨어요?”

“너무 고마워요. 쌀과 밑반찬 얻어먹는 것만 해도 미안한데, 점심 초대까지 받으니….”

이날 메뉴는 삼계탕.

김씨는 “복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때면 식당이 바빠질 것 같아 미리 할머니들을 대접하기 위해 보잘것없는 삼계탕을 준비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1991년 만수2동에 식당을 낸 뒤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 소년소녀가장에게 쌀과 반찬을 나눠주고 있다.

처음에는 끼니를 거르는 노인을 위해 매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자비를 들여 사설 무료급식소를 운영한 것.

어느 날 식당에 나와 매일 점심을 드시던 할아버지가 며칠째 오지 않아 집을 찾아가 보니 싸늘한 주검이 된 것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정이 들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 그는 어려운 노인을 직접 찾아가 집안을 청소하고 밑반찬을 해주는 것으로 봉사 방식을 바꿨다.

남편 맹응호씨(58)는 오토바이에 라면 연탄 밑반찬 등 생필품을 싣고 어려운 이웃의 가정을 찾아다니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김씨의 봉사는 나이 18세이던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육원에서 나온 김씨는 인천 주안공단의 한 건축자재 공장에서 일했다.

일을 잘해 여공 가운데 유일하게 남자만큼의 월급을 받은 그는 첫 월급을 쪼개 주안염전 일대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노인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1949년 인천에서 출생한 그는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놀림을 받은 가족에 의해 생후 3일 만에 보육원에 보내졌다.

이곳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싹트게 됐다.

화장품 외판원, 연탄배달,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김씨는 돈이 생기면 항상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식당을 차리면서도 가장 먼저 “소외된 사람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중학교 등록금을 도움 받은 소년소녀가장들이 훌쩍 커서 첫 월급을 탔다며 내복을 사들고 왔을 때 사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웃 돕는 일 때문에 식당 문을 자주 닫아 손님 발길이 많이 끊기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뒤에서 묵묵히 후원하는 사람들과 든든한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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