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파견]“서부전선 戰力 공백 우려”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47분


주한미군 2사단의 일부가 이라크로 차출될 예정이어서 그에 따른 전력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미 2사단 2개 보병여단 중 1개(3000여명)와 병참 통신과 같은 전투지원 병력 등 약 4000명을 차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부전선의 의정부∼문산 축선에서 북한의 주력지상군을 방어해야 하는 미 2사단은 보병전력의 절반이 감축되는 데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미 2사단 병력이 한반도에 배치된 각종 첨단무기를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도 관심이다. 권안도(權顔都) 국방부 정책실장은 “보병만 가기 때문에 항공전력 기갑전력은 빠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보병여단에 속한 일부 전차와 장갑차는 가져갈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의 전망은 다르다. 올해 초 이라크에 파병된 주일미군 3000여명의 경우 전차 및 장갑차 헬기 등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도 공격 및 수송용 헬기, 무인정찰기, 야간전투장비 등 상당수 첨단장비를 이라크로 가져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의 공백을 메우려면 최소 한국군 1개 보병사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이 가급적 빨리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우고 새 작전계획을 수립해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섣불리 전방에서 한국군을 증편하거나 전진 배치할 경우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한편 국방부 일각에선 이번에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밝힌 바 있는 주한미군의 전력투자 계획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06년까지 110억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전력투자를 약속했지만 패트리엇 여단 창설 이외엔 아직까지 신형 탄약 확보, 아파치 헬기와 공군 전력 보강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 2사단의 이라크 차출은 주한미군을 주요 분쟁지역에 동원하는 신속대응군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부대를 경량화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해외 미군기지를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상주하는 전략허브기지(HUB) △주요 작전지역을 지원하는 전진작전기지(FOB) △최소한의 병력이 군사훈련 및 비상대기하는 전진작전지역(FOL) 등으로 나눠 재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HUB로 일본 영국 괌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은 독일과 함께 FOB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반도를 더 이상 장기간의 육상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 동북아 등 다른 분쟁지역에 긴급 출동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이 한반도만의 주력 방위군에서 지역 신속대응군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화력, 이동성 등을 대폭 강화하는 경량화이다.

미 2사단은 이미 1992년 3개 여단 가운데 하나를 본토로 철수시킨 뒤 스트라이커 여단(수송기에 실을 만큼 가벼운 장갑차와 장비로 무장한 경량부대)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 여단은 지난해 한국에 와서 훈련을 한 뒤 이라크로 파병됐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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