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억류가 참수 불러” vs “석방뒤 출국경고 외면”

  • 입력 2004년 5월 13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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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참수된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26·사진)의 사망 이전 행적을 둘러싸고 그의 가족과 미 행정부의 주장이 엇갈려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라크 경찰이 2주일간 버그씨를 억류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를 3차례 신문한 것 등이 논란거리다.

댄 시너 연합군 대변인은 3월 24일 이라크 경찰이 모술에서 수상한 미국인을 붙잡았다고 알려와 미군과 FBI가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버그씨를 3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13일 밝혔다. 시너 대변인은 “연합군이 버그씨를 억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4월 6일 석방과 함께 FBI는 버그씨에게 이라크를 떠나도록 경고했고 그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해 미 영사관 관리가 비행기로 요르단까지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버그씨는 혼자서 쿠웨이트로 가겠다고 밝혔다는 것.

그러나 부친 마이클 버그는 아들이 당초 3월 30일 귀국할 예정이었다며 미군이 아들을 억류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묵인 없이 이라크 경찰이 미국인을 2주일 넘게 억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억류 때는 전화 사용이나 변호사 접견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3월 31일에는 FBI 요원들이 부모의 집으로 찾아와 아들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다. 아들의 억류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4월 5일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아들 버그씨가 불법적으로 구금됐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 버그씨는 아들이 미군에 구금당했기 때문에 이라크 상황이 악화될 때 빠져나오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참혹하게 숨졌다고 비난했다. 바그다드의 알 파나르 호텔은 아들 버그씨가 4월 6∼10일 호텔에 머물렀다고 AP통신에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4월 9일 이후 아들 버그씨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가족들의 e메일을 받고, 4월 14일 알 파나르 호텔로 사람을 보냈지만 호텔 직원들은 버그씨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뉴스리더는 버그씨가 희생되기 전 친구들에게 자신의 성(姓)으로 인해 유대인으로 느껴지는 데다 여권에 이스라엘 스탬프가 찍혀 있는 바람에 이라크 경찰에 체포됐다고 말했다고 13일 바그다드발로 보도했다.

미국 UPI통신사의 직원으로 버그씨가 묵었던 알 파나르 호텔에 함께 체류했던 유고 인판테(31)는 “이라크 경찰은 그를 스파이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뉴스리더는 전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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