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꿈만 꾸십니까, BMW" 잔소리 뺀 한컷의 유혹

  • 입력 2003년 8월 18일 17시 21분


광고는 말 걸기다. 그것도 들어주어야 할 사람들이 별로 내켜 하지 않는 피곤한 말 걸기다. 누군가가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주 냉정한 말 걸기이기도 하다.

BMW는 이탈리아에서 판촉을 위해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싶어 하는 명차 중의 하나인 BMW를 이 기회에 장만해 보라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다. 하지만 BMW는 평범한 얘기들로 심드렁한 소비자가 눈과 귀를 기울이도록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다. 그들의 영혼이 담겨 있는 심벌 위에 누런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는 일탈(逸脫)로 말이다.

낡은 자신의 구닥다리 차에, 누런 테이프를 붙여 놓은 출처가 불분명한 BMW 로고. 그것은 비록 지금 이 차가 갖고 싶은 최신형 BMW는 아니지만, BMW를 살 형편이 되고 방법만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매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애교 섞인 투정일 것이다.

가볍게 반응하는 액셀러레이터, 변속을 하는 기어, 부드러운 코너링, 정확한 제동력, 눈부신 순간 가속력, 거리의 시선을 끄는 우아한 스타일…. 지금 그는 자신의 꿈속에서 최신형 BMW와 함께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켜 행동으로 옮기도록 자극하는 하나의 언어.

“왜 아직도 꿈만 꾸고 계세요? BMW 자동차 금융 서비스.” 적어도 내가 BMW를 꿈꾸고 있는 소비자라면 “파격, 36개월 무이자 할부…” “고객사랑 24개월 특별 무이자…” 운운보다는 훨씬 솔깃할 것 같다.

20여년 전쯤 대학을 다닐 때 우리나라에 나이키가 상륙했다. 그때 짓궂게도 자신의 하얀 고무신에 붉은 매직으로 나이키 심벌을 그려서 신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야유나 조롱쯤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그래도 그건 참 좋은 걸, 한번쯤은 갖고 싶은 걸….

이영호 국장(오리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younglee@ori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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