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27…아메 아메 후레 후레(3)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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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빛이 소녀들 주위에 모여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빛나게 한다.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다. 때로 난폭한 손길로 단발머리를 휘젓는 남풍도 지금은 속눈썹 끝을 살짝 어루만져, 소녀들은 눈을 깜박일 뿐이다.

“아까 교준이 니 속바지 다 내 보였재? 그거 일부러 그란 기가?” 게이코가 터질 듯한 침묵을 깨뜨렸다.

“일부러 그럴 리가 있나!” 교준이 게이코의 목소리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되받았다.

“어느 정도 있으면 돌아올 것 같노, 그 사람…” 우곤씨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목이 메어 그 사람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어째서일까, 아까는 시집을 갈 거면 우곤씨 같은 사람한테 가고 싶다고 농담처럼 얘기할 수 있었는데.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아까 그 사람의 땀냄새를 맡았을 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에이코의 가슴속에서 심장이 공처럼 튀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으면 뭐하노. 다음에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자” 교준이 말했다.

“뭐라꼬? 누가 그래 하는데?”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내는 절대 말 못한다”

“그럼 지면 될 끼 아이가. 자, 가위바위보”

교준과 게이코는 보, 허겁지겁 손을 내민 에이코는 바위였다. 둘은 팔꿈치로 에이코를 쿡쿡 찌르며 웃었다.

“내는 싫다!”

“그라믄 되나, 졌으니까, 안녕하세요 하고 말해라!” 게이코는 눈꼬리가 찢어진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치켜뜨고 쾌활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알겠다. 하면 되재”

교준과 게이코는 손뼉을 치면서 놀리듯 노래했다.

아라아라 아노코와 즈부누레타 야나기노 네가타데 나이테 이루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어머어머 저 아이 홀딱 젖었네 버드나무 아래서 울고 있네 포롱포롱 참방참방 랄랄라)

카아상 보쿠노오 카시마쇼카 기미기미 고노카사 사시타마에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엄마 엄마 내 우산 빌려줄까요 얘야 얘야 이 우산 쓰거라 포롱포롱 참방참방 랄랄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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