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조용한 힘 콧노래 절로' 렉서스RX330

  • 입력 2003년 5월 2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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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라운드 위너(All Round Winner).’

렉서스 RX330의 일본 내 TV광고(일본 판매명 헤리어)에 나오는 문구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은 세단, 트럭, 미니밴의 성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사실 SUV는 승용차보다 승차감이 나쁘고 트럭보다 오프로드 성능이 떨어지며 미니밴보다 승차공간이 적다.

어떤 자신감에서 이런 광고 문구를 사용했을까?

시승차 RX330을 받자마자 차 외모부터 꼼꼼히 살펴봤다.

뒷 유리창 2개 면을 하나로 합치면서 RX330의 차체는 기존 RX300보다 좀 더 날렵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전체 스타일은 RX30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년 전 내놓은 RX300의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일까?

RX330의 진정한 업그레이드는 실내에서부터 느껴졌다. 센터페시아(앞좌석 중앙 오디오·에어컨 장치 부분) 양쪽 세로 부분을 메탈 그레인으로 분리한 디자인은 압권이다. 선루프는 천장 대부분을 커버해 활짝 열면 컨버터블(오픈)카 못지않다. 무릎 에어백까지 발견하고 나면 RX330의 상품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또 RX300보다 차길이, 차폭, 휠베이스(앞뒷바퀴축간 거리)가 30∼155mm 가량 더 길어져 실내 공간도 넓다. 특히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고 앞뒤로도 움직여 부모님을 모셔도 마음이 불편치 않다.

시동을 켜고 곧바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차를 몰았다. 렉서스의 정숙감은 이미 경쟁자가 없을 정도. 조용한 실내에서 명품 오디오 ‘마크 레빈슨’의 11개 스피커로 듣는 음악은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꾹 밟아봤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엔진회전수는 2000rpm 정도에 머물렀다. 그만큼 힘이 넘친다는 이야기다. RX300보다 배기량(3311cc)이 커지면서 엔진성능은 15% 정도 높아졌다.

변속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가속 반응도 ‘팍팍’ 튀어나간다기보다 ‘묵직하게’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부드러움을 강조한 세단형 주행에 신경 쓴 탓인지 오프로드에서 필요한 내리막길 주행장치(HDC)가 없었다.

시승을 마치고 주차를 하려고 하니 두꺼워진 C필러(뒷유리창쪽 기둥) 때문에 좁아진 백미러 시야가 불편하다. 7.4km/L의 낮은 연비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경쟁 수입차보다 1000만원 정도 싼 가격(6420만∼6680만원)에 이 정도 품질의 차를 만나기는 분명 쉽지 않아 보였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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