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외국기업]한국 네슬레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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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네슬레 연구개발팀이 본사 연구원과 함께 한국형으로 개발한 새 제품을 시음하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제공 한국네슬레
한국네슬레 연구개발팀이 본사 연구원과 함께 한국형으로 개발한 새 제품을 시음하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제공 한국네슬레
79년 한국에 진출한 스위스계 한국네슬레는 보기 드물게 국내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식품회사. 테이스터초이스를 앞세워 맥심 브랜드의 동서식품과 함께 1인당 연평균 330여잔을 마시는 세계 10위권의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에선 동서식품에 다소 밀리지만 한국네슬레가 새로 내놓는 제품은 매 번 커피업계에 ‘따라하기’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네슬레의 성공 비결은 뭘까. 한국네슬레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삼휘(李森徽·55) 사장은 ‘소비자의 숨은욕구(Unspoken Needs) 찾기’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소비자의 숨은 욕구 찾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말과 행동이 다른 모순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맥도널드는 소비자들이 저지방을 원한다는 데 착안해 저지방 햄버거를 내놓았다가 1년도 안 돼 실패했죠. 소비자에게는 ‘맛’이 최우선이었습니다.”

한국네슬레가 청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해 네슬레 본사가 개발, 원두커피 수준의 커피향을 낼 수 있는 ‘진공커피향 추출법(VAX)’을 들여올 때도 청주공장 연구개발(R&D)팀은 ‘맛의 현지화’를 위해 숱한 밤을 지새웠다. 유럽 소비자가 맛은 씁쓸하지만 향이 풍부한 커피를 좋아하는 반면 한국 소비자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동시에 원했기 때문. 한국네슬레는 연구 끝에 본사가 개발한 VAX 추출 비율을 조절,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는 테이스터초이스를 내놓았다.

한국네슬레의 제품 개발 과정은 내부 조직 문화로도 연결된다. 이 사장은 부임 이후 직원들의 ‘숨은 아이디어(Unspoken Idea)’ 찾기로 현지화 마케팅을 강화했다. 회의 때마다 대부분 한국인인 직원들이 끊임없이 말하게 하고 그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천에 옮겨 시장에 도전해온 것. 실패 때 과감히 아이디어를 포기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한국네슬레가 생각하는 강한 조직이다.

한국네슬레는 최근 스타벅스 등 원두커피 전문업체들의 잇따른 성공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 사장은 “원두커피는 쓰레기가 많이 생기고 비싼데다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약점이 많다”며 “원두커피를 능가하는 맛과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마케팅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제 국내 식품업체들도 따라하기보다는 자체 브랜드를 세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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