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표정 밝은 환자에 더 관심』

  • 입력 1999년 1월 26일 19시 13분


요즘같은 ‘의료불신의 시대’에 뜻밖의 환자를 겪게 됐다.

환자는 경기도 양평에서 온 40대 중반의 여성. 자궁에 혹이 생겨 자궁 절제수술을 받았는데 퇴원 뒤 ‘방광―질 누공’이 발생했다. 방광에 구멍이 생겨 소변이 질로 흘러내리는 것인데 의학적으로 아주 드물지만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소변이 질로 흘러내리는 것을 한 두 달 견딘 뒤 봉합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막대하다. 이런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나는 경험에 비춰 ‘환자나 가족들에게 한참 시달리겠구나’ 걱정하며 환자를 다시 입원시켰다.

그런데 그 환자는 회진 때마다 불평 한 마디 없이 나를 맞아 주었으며 “나는 괜찮은데…”하며 살가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의료불신의 책임은 상당 부분 의사와 병원에 있다.나 역시 뭔가 잘못하면 환자에게 설명해 이해시키기 보다는 변명하려 애썼고 환자에게 솔직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환자를 대할 때도 “하루 70∼80명의 환자를 본다”는 핑계로 대충 본 적도 있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가 밝은 웃음과 적극적인 대화로 나오면 의사도 바뀐다. 물론 무뚝뚝하게 보이는 의사에게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건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그렇게 대하면 의사는 환자를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의사는 환자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으면 전공의나 간호사에게 “환자 특별히 잘 체크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환자가 머리 속으로 의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해두었다가 잘 설명하면 필요없는 검사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02―2224―3636

김영탁(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산부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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