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잡고 월드컵 잡고… ‘발롱도르’는 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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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크로아 4강전 핵심, 양팀 주장 맡은 케인-모드리치

“해리 케인(25·잉글랜드)이 토트넘의 유망주였을 때를 기억한다. ‘연습 벌레’였던 그는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지금 케인의 위상은 그때와 다르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가 됐다.”

크로아티아의 ‘사령관’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는 잉글랜드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12일 오전 3시·한국 시간)을 앞두고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케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모드리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토트넘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172cm, 66kg으로 체구는 작지만 훈련을 통해 터득한 볼 키핑 능력과 개인기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난다. 또한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창조적 패스가 장점이다. 과거 모드리치를 토트넘에서 지도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훈련장에 들어선 모드리치는 ‘괴물’이었다. 자신에게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한 두 가지 상황에서 수비를 벗겨낼 개인기와 패스를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독종 모드리치가 눈여겨본 또 다른 독종이 케인이다. 2009년부터 토트넘 1군 소속이 된 케인은 모드리치가 토트넘에서 뛸 때만 해도 미래가 촉망되는 공격수에 불과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모드리치와 달리 케인은 임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케인은 모드리치처럼 철저한 몸 관리와 훈련을 통해 세계적 공격수로 거듭났다. 토트넘 동료인 대니 로즈는 “케인은 남들보다 30분 먼저 헬스장에 도착해 땀을 흘린다. 승부욕도 강해 연습 경기에서 지면 불같이 화를 낸 뒤 홀로 운동장에 남아 문전 앞 슈팅, 페널티킥, 프리킥을 만족할 때까지 연습한다”고 말했다. 모드리치가 2012년 8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케인은 토트넘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케인은 2014∼2015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매 시즌 EPL 20골 이상을 기록했다.

모드리치와 케인은 나란히 자국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대결은 팀의 구심점인 둘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양 팀의 핵심 무기로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한 막강한 미드필드진을, 잉글랜드는 케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 루트를 꼽았다.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가 치른 5경기 중 3경기에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특히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는 112개의 패스(성공률 83%)를 시도하며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에게는 4강전이 명예 회복의 무대이기도 하다. 모드리치는 과거 자신이 뛰었던 크로아티아 축구클럽 최고경영자가 선수 이적에 따른 사례금을 갈취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진술을 한 것이 알려져 자국 팬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케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6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인 3골이 페널티킥 골이기 때문에 득점왕 레이스에서 행운이 따랐다는 평가가 있다. ‘민망한 득점 선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케인은 페널티킥 외에도 자신이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케인은 1978년 이후 단 한 명이 달성한 ‘7골 이상’ 득점왕에 도전한다. 1978년 이후 월드컵에서 7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브라질의 호나우두(2002년 한일 월드컵·8골)가 유일하다. 케인은 “1966년 월드컵(잉글랜드 우승) 때처럼 모든 국민이 월드컵 우승을 원하고 있다. 아직은 집에 갈 때가 아니다”고 각오를 밝혔다.

둘 중 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축구계 최고 권위를 가진 발롱도르 수상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시즌 EPL 개인 득점 2위를 기록한 케인은 월드컵 우승과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쥐면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모드리치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모드리치의 대표팀 동료인 데얀 로브렌은 “모드리치가 스페인이나 독일 선수였다면 벌써 발롱도르를 탔을 것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해리 케인#루카 모드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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