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칼럼]부자 증세? 義賊행세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부자 세금 많이 걷는 법 세 가지, 소비-생산 선순환 만들거나 중간계층도 많이 내게 하거나 돈 번 죄를 응징하듯 뺏거나
‘부자 증세’ 되뇌는 문재인 정부, 대중정서 믿고 세 번째 길 선택
국가는 의적이 아니다 ‘쉬운 정치’ 하지 말라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부자가 세금 많이 내게 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그렇게 하는 게 이익이 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낸 세금으로 이들이 원하는 일,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 주면 된다.

또 하나는 부자와 부자 아닌 사람이 같이 많이 내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똑같이 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쓰는 것은 부자 아닌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이 쓰면 된다. 부자는 같이 많이 내니 불만이 적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으니 좋다.

나머지 하나는 강제로 빼앗는 방법이다. ‘이건 원래 당신들 것이 아니야.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해.’ 돈 많이 번 것을 ‘죄’를 묻듯 하거나 도덕적 의무를 강요하면 된다.

첫째 방법, 즉 부자에게도 이익이 되게 하는 방법의 대표적인 예는 1929년 대공황 이후의 미국이다. 대공황 때부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한 대규모 감세 조치가 있기까지의 약 50년간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70%에서 94%를 오르내렸다. 그 대부분의 기간이 91%, 그야말로 끔찍한 수준이었다.

부자들이 어떻게 참고 따랐을까? 계속 투자도 하면서 말이다.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낸 세금은 사회복지 등 국가와 국민 일반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쓰였다. 그러면서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전쟁을 통해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했고, 미국 산업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부자들 스스로 해도 할 일들이었다.

둘째 방법, 즉 같이 많이 내는 방법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했다. 흔히 이들 국가는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많은 국민들이 같이 많이 낸다.

실제로 이들 국가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50∼60%인데, 이 높은 세율을 평균소득의 1.2∼1.6배, 우리 돈으로 1억 원 안팎을 버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한다. 평균소득의 8∼10배를 버는 ‘슈퍼 부자들’에게만 40% 안팎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 미국 같은 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그만큼 같이 많이 낸다는 이야기이다.

그 아래의 소득계층도 그렇다. 사용자가 근로자 한 사람을 고용하여 100을 지출하면, 우리의 경우 중위소득자 기준으로 22를 국가가 거두어 간다. 이에 비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36, 스웨덴은 42를 국가가 가져간다. 중간 계층도 엄청 많이 낸다는 이야기이다.

자,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셋째 방법, 즉 빼앗듯이 하는 방법으로 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그렇다. 온통 ‘부자 증세’만 이야기하고 있다. 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48%나 되고 중간 계층에 적용되는 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은데도 이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그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