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수거’ 놓고 환경부-업체 다른 말… 아파트엔 ‘비닐 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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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거 거부’ 여전한 혼란
환경부, ‘정상수거’ 거짓 발표 시인, “업체 다시 연락해 전량수거 약속”
일부 업체선 “그런 동의는 안해”
일부 주민, 나몰라라식 배출… 수거 안한 재활용품 가득 쌓여

《 재활용 쓰레기 수거 대란은 사흘째인 3일 ‘현재 진행형’이다. 2일 ‘정상 수거’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꾼 환경부는 3일 “41개 업체로부터 전량 수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쓰레기 선별 업체들은 이날도 기계를 끄고 작업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과 영세 수거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
 
3일 오전 11시경 인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업체. 100개 가까운 수거 업체로부터 쓰레기를 공급받는 대형 업체다. 평소 이 시간이면 선별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화도 힘들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선별 기계도 멈춰 있었다. 그 대신 기계 옆에는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높이가 5m 가까이 됐다. 가까이 다가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정상 수거’ 협조 요청을 받은 수도권 48개 업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예정대로 작업을 거부했다. 일부 수거 업체가 가져다 놓은 폐비닐이 선별장에 쌓여 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또 다른 선별 업체도 작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에 방치된 비닐과 스티로폼은 40t에 육박했다.

○ 환경부-업계 갈등 여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날도 비닐과 스티로폼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벌써 사흘째다.

앞으로 상황도 밝지 않다. 환경부와 재활용 선별 업체들의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기 싸움만 팽팽하다. 환경부는 3일 “한국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가 41개 수거 업체로부터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전량 수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환경부는 업체들의 정확한 동의 없이 “수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거짓 발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통지원센터가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48개 업체 중 14개가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를 완전 정상화로 잘못 발표했다”며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유통지원센터는 수거 약속을 한 업체로부터 서면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48개 업체의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환경부의) 전량 수거 방침에 동의한 적 없다”는 상황이다. 수거 업체 A사 관계자는 “일단 재활용 쓰레기를 받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재활용 쓰레기가 있을 경우 (배출한 아파트 등이) 처리비용을 내지 않으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 현장 혼란, 언제까지 이어지나

재활용 대란이 여전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자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영세 수거 업체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도 취재진이 찾은 아파트 중에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그대로 쌓아 놓은 곳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는 일부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거 업체들이 쓰레기 상태를 깐깐하게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수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황모 씨(67)와 이모 씨(66)는 어른 몸통 만 한 대형 비닐봉투 10여 개를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오전 일찍 수거 업체가 왔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섞여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폐비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뜯을 때마다 라면 봉지와 오렌지 껍질 같은 쓰레기가 쏟아졌다. 경비원들은 비닐에 붙은 플라스틱 구성품도 일일이 오려냈다. 황 씨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라고 하루 종일 하소연해도 입주민들이 듣지를 않는다. 다음 주에도 업체가 수거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도 난처하다. 한 수거 업체 사장은 “아파트에서는 ‘제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고, 선별 업체는 ‘안 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제때에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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