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달러제국을 끝내자”… 위안화, 화폐전쟁 대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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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융굴기]
中, 아시아-브릭스 금융기구 신설 추진… 美금융패권에 정면 도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현지에서 ‘브릭스판 세계은행’인 ‘신개발은행’ 설립 협정에 서명한다. 중국은 이미 미국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 중이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CO)개발은행 창설에도 시동을 걸었다.

서유럽과 북미, 호주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을 뺀 나머지 지역을 아우르는 중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건설에 나선 것이다. 올해는 특히 미국이 구축한 국제금융질서인 브레턴우즈체제가 70주년을 맞는 시점이다. 금융부문에서 중국의 도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 탈미국 경제독립 시도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은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융 굴기(굴起) 시도는 미국이 지배하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점차 달러화를 통한 교역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환차손 등 거래비용도 문제지만 달러화 가치 변동과 미국의 화폐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으면 이를 위안화로 바꿔서 회수한다. 또 위안화가 시중에 풀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위안화를 거둬들인다. 런민은행은 동시에 자체 보유 달러가 너무 많아지면 위안화 가치 상승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달러를 해외로 방출하려 한다. 이 때문에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산다. 4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이런 방식으로 관리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미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보유한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 더욱이 시중의 위안화를 줄이기 위해 발행한 중국 국채의 수익률은 연 3%가량이지만 달러 방출을 위해 사들인 미국 국채는 0.5% 안팎이기 때문에 수익률 차에 따른 역마진도 발생한다.

손실을 줄이려면 미국 금리에 맞춰 중국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 결국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규모가 커지고 외환보유액이 늘어날수록 통화정책의 자율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중국의 화폐정책은 미국에 완전히 예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 적극작위(積極作爲)식 금융패권 도전

중국의 대안은 세계 각국이 위안화를 더 많이 쓰게 하고 중국 중심의 국제금융기구를 세우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2009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공식화됐다. 4월 현재 국제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8.7% 정도다. 미국 달러화가 81.1%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제도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중국의 주식·채권 시장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1년 12월 홍콩에 RQFII 한도를 처음 배정한 뒤 대만 런던 파리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에 800억 위안을 허용했다. 중국은 자국 통화와 상대국 통화를 맞바꾸는 통화스와프 협정도 올 3월 현재 21개국과 약 4000억 달러 규모로 체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수준이 일본의 엔화보다는 아직 낮지만 속도는 더 빠르다고 분석했다. 외교 안보에서 ‘적극작위(적극적으로 할 일을 한다)’를 시도 중인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아울러 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 SCO개발은행 등 3대 은행을 통해 자국 중심의 금융기구 설립에도 나섰다. 크게는 IMF와 세계은행(WB)을, 작게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지역 은행을 대체한다는 거대한 구상이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 패권 도전이 항상 낙관적인 전망만을 불러 모으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 내부의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하다.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국내 금융시장부터 개방해야 하지만 이렇게 하면 외부로 유출되는 자금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 여기에 규모를 알 수 없는 지방정부의 채무 등도 장애 요인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이 올 3월 금리 결정의 시장화 등을 거론하며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선 ‘집안일’부터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김지영 기자
#달러제국#중국#금융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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