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1년” 개정안 6개월로 줄인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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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남은 총선사범 공소시효]
선관위 “매수범죄라도 2년으로”… 국회선 제대로 논의조차 안해
‘공무원 사범은 10년’ 되레 강화… 獨-日, 별도시효 없이 형법 적용

선거사범에 대한 현행 ‘공소시효 6개월’은 1994년 3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분리된 선거법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으로 통합될 때 포함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후 국회에서 세 차례 공소시효와 관련한 선거법 개정이 있었지만 6개월 규정은 손대지 않았다.

제헌 국회였던 1948년 3월 공소시효를 1년으로 한 ‘국회의원 선거법’을 제정했지만 2년 만에 3개월로 단축됐다. 이후 제정된 ‘대통령선거법’(1963년 2월)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88년 5월)도 이에 맞춰 공소시효를 3개월로 규정했다. 처음 공소시효 6개월이 등장한 것은 13대 국회인 1991년 12월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하면서다. 이때 처음 제출된 개정안에는 공소시효를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당시 내무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하면서 “선거사범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위해 공소시효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고 수정해 처리했다.

독일과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독일은 대부분의 부정선거 행위에 대해 형법에 따라 처벌한다. 형법에 맞춰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도 통상 3년이다. 일본도 1962년 선거사범에 대한 별도의 공소시효 규정을 삭제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선거사범을 처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11년 4월 선거사범 공소시효에 대한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선거일 후 6개월인 공소시효를 유지하되 ‘매수에 관한 죄’에 한해서는 선거일 후 2년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선관위의 의견은 국회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소시효에 대한 의견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국회는 2014년 2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범한 (선거 관련) 죄의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후 10년을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국회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일반 선거사범의 공소시효 규정은 그대로 둔 채 공무원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회의원이 입법을 하기 때문에 ‘제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선거사범 공소시효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 소송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임기가 다 지나 무의미하게 될 수도 있어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공소시효#선거사범#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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