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류길재]사드 배치, 北위협에 대한 실질적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3시 00분


北 핵-미사일 도발에 한미동맹 결속 과시… 대북억지력 강화돼
美와 긴밀한 대화로… 中-러 반발 설득에 외교역량 총동원을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매서워지고 있는 가운데 3년여를 끌었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가 어제 매듭이 지어졌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는 북한의 점증하는 군사적 위협에 대해 취할 수밖에 없는 대응책 중 하나이다. 또한 한미 군사 동맹의 대북 억지력이 한층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 시행, 김정은 개인 제재가 결정된 뒤에 나온 것이어서 한반도 안보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우선 북한 변수다. 미국은 인권 유린을 자행한다는 혐의로 김정은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한국 정부와 함께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김정은이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미국 정부는 김정은의 생년월일을 1984년 1월 8일로 적시했다-해도 그는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 결정에 앞서 그를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북한과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라며 반발해 왔다.

사실 미국의 인권 유린 대상자 지정 조치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럼에도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줬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의도가 미국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것이든, 아니면 실제로 미국을 위협하려고 하는 것이든 미국은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전략적 인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더구나 미국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 메시지를 제어하는 측면도 있다.

그 뒤에 나온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의 반발 이후 예상되는 도발 위협에 대해 물리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대응’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의한 광범위하고 촘촘한 제재의 그물에 걸려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다양한 내용의 독자 제재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박근혜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 기조가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와 협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대북 압박의 국제적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 조건이다. 김정은 개인 제재와 사드 배치에 대한 조치가 나온 데에는 한미 양국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 내 인권 유린과 관련된 책임자나 기관에 대한 정보는 우리 측의 협조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한미 양국 간의 협력은 사드 배치로 절정을 이루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아무리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추구해도 그것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한미 동맹의 안보 태세를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만 작용할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다른 한편,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은 자국의 국내정치 역학과 국가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우리와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이해관계가 꼭 같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우리와 다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최대한 미국과 외교적인 표현인 “긴밀한 협의” 이상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채널이 가동되어야 한다. 더구나 정권 교체기 양당 진영과의 소통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사드 배치 등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을 둘러싼 긴밀한 협력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면서, 독자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은 특히 한중 관계에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 러시아 두 나라는 과거 미국의 인권 공세를 경험한 바 있어서 이번 미국의 조치에 원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드 배치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임을 양국에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이런 상황에서도 남북 간에 인도적 지원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협력은 해 나가야 한다. 남의 동포들이 북의 형제들을 늘 기억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잘못된 것은 북의 위정자들과 체제이지, 북의 주민들은 아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대북 제재#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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