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 정책 추진과 협상 과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제치고 더욱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전했다.
WSJ는 그리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직후에만 해도 조연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간 그리어 대표는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국 관리들을 만나왔다. 지난해 그리어 대표가 방미한 인도의 경제담당 고위 관리와 만났을 때 러트닉 장관이 큰 불쾌감을 드러내며 상무부 청사에서 다시 회의하도록 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리어 대표는 러트닉 장관 없이 미-인도 무역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협상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도입한 국가별 관세(상호관세)가 올 2월 연방 대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화된 뒤 대체 관세 도입 과정을 그리어 대표가 주도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관리를 위한 미·중 무역위원회 설립도 그리어 대표의 관할이라고 WSJ는 전했다. 무역·관세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 출연에도 그리어 대표가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트닉 장관을 상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당시에도 러트닉 장관이 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체결된 일본, 한국, 유럽연합(EU)과의 협정을 포함해 주요 무역 및 투자 거래에서 실제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러트닉 장관이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의 아들이 이끄는 회사가 회사가 관세 환급금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과 러트닉 장관 본인과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틴 간의 교류 사실 등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불거지면서 상황은 변했다. WSJ는 이 같은 변화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제치고 핵심 무역 협상 담당자로 두각을 드러냈던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근엄한 법률가 이미지에, 모르몬교 신자인 그리어 대표는 자신이 트럼프 1기 때 비서실장을 맡으며 보좌했던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유사한 스타일의 ‘터프한 협상가’로 통한다. 다만 비전통적인 협상방식으로 외국 관리들을 당황시켰던 러트닉 장관과 달리 상대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멕시코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WSJ에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