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301조 꺼낸 美, 韓-中-日 등 54개국에 12.5% 추가관세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4일 04시 30분


중국산 면화-미얀마 쌀 등 문제 삼아
“강제노동으로 만든 상품 수입 방치”
“방지 일부 노력” EU 등 6곳엔 10%
관세 협상 마친 韓 ‘15% 방어’ 관건… 靑 “기존 합의 훼손않게 최선 다할것”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일(현지 시간) 한국 중국 일본 등 54개 교역국에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에 대한 수입 방지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6개 교역국에는 이를 방지하려는 일부 노력을 시행하고 있다며 조금 낮은 10%의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USTR은 다음 달 6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같은 달 7일 공청회를 개최한 뒤 관세 부과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 측 조사 절차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존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조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 USTR “각국 강제노동-과잉생산이 美에 악영향”

USTR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인 60개 교역국 및 경제권 모두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미국과의 교역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이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노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올 3월 USTR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한국에는 15% 부과)가 올 2월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자 대체 수단으로 무역법 122조를 가동해 전 세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이 관세의 법적 최대 시한(150일)에 따라 올 7월 하순 만료를 앞두자 무역법 301조를 들어 또 다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AP통신은 미국이 문제 삼는 각국의 강제노동 상품으로 중국산 면화와 폴리실리콘, 미얀마 쌀, 말라위 담배, 브라질 쇠고기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이 거주하는 서부 신장위구르에서 이들을 탄압하며 면화 등을 생산해 왔다. 미얀마 군부 또한 여러 소수민족을 강제로 쌀 재배에 내몰았다.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말라위에서는 인신매매 노동자들을 담배 재배에 가담시키는 일이 흔하다.

USTR은 주요 교역국의 과잉생산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리어 대표는 최근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산하 잡지 기고에서도 한국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이고 석탄도 철광석도 없는 한국이 어떻게 철강 강국이 될 수 있었느냐”며 특정 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육성 정책 등으로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 상태라고 주장했다.

● 韓 “美와 긴밀히 소통해 와”

청와대는 3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해 “정부는 3월 12일 USTR의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금지 관련 301조 조사 개시 후 의견서 제출, 양자 협의 등을 통해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해 왔다”면서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3500억 달러(약 532조 원)의 대미 투자 합의로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만큼 미국이 무역법 301조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한국산 제품의 총관세 부담은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제노동 관련 이유로 1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과잉생산 관련 조사로 별도의 추가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관련 조사로 각각 관세가 적용되고 이를 합산했을 때 15%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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