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로봇에 3억 투자… 창업천국 된 관광천국

  • 동아일보

산-학-정 협력 스위스혁신센터 현장
연구활동 학점 인정, 등록금도 저렴
스위스, ‘혁신 국가’ 15년째 1위
법인세-규제벽 낮춰 빅테크 유치도

지난달 26일 스위스 로잔의 로잔연방공대(EPFL)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화성 탐사용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로잔=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지난달 26일 스위스 로잔의 로잔연방공대(EPFL) 학생들이 직접 만든 화성 탐사용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로잔=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스위스에서는 학생들도 각종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스위스 뒤벤도르프의 스위스혁신센터 취리히. 정부, 기업, 학계가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창업 인큐베이터인 이곳에서 만난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기계공학과 재학생 리처드 루딘 씨(22)는 동료 학생들과 만든 우주 탐사용 로봇을 설명하며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학 학부생도 실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나 시설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딘 씨가 속한 ETH 취리히의 학생 조직 ‘ARIS’는 이곳에서 로켓, 위성, 탐사 로봇 개발 등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 또한 이를 공부의 일환으로 여겨 학점 이수로 인정해 준다. 그는 “이 로봇 부품 하나에만 1만 스위스프랑(약 1880만 원), 로봇 전체를 만드는 데는 최소 15만 프랑(약 2억8200만 원)이 든다”며 “정부, 기업,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는 자원이 적고 국토가 협소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1만 달러(약 1억6500만 원)에 이르는 부국이다. 특히 생명과학, 정밀기기, 로봇 등 혁신 기술 분야의 세계적 강국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하는 세계 혁신 국가 순위에서 스위스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15년째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 중심에 ‘유럽의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로 불리는 ETH 취리히와 로잔연방공대(EPFL)가 있다. 수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두 명문대의 등록금은 학기당 약 800스위스프랑(약 150만 원). 외국인 학생 또한 3배 비싼 2400스위스프랑(약 450만 원) 내외다. 정부가 세계 각국의 인재 유치를 위해 대학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덕에 싼 등록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두 대학을 거점으로 삼아 스위스혁신센터 취리히를 포함해 전국에 6곳의 혁신센터를 운영 중이다.

세계적인 우주 과학자이며 2016년 10월∼2022년 1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 탐사, 허블 망원경 등의 업무를 총괄한 토마스 추르부헨 ETH 취리히 교수는 “나 또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스위스 대학의 각종 연구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린 덕에 NASA 간부로 일할 수 있을 만큼 연구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학 협력도 활발하다. ETH 취리히와 EPFL에서만 매년 60∼7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이들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이 90%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스위스는 낮은 세금과 적은 규제를 통해 세계적 기업을 속속 유치하고 있다. 취리히의 법인세율은 약 19.6%로 독일(약 30%) 등 주변국보다 현저히 낮다. 특히 지식재산권(IP) 소득의 최대 90%를 감면해 준다. “법이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규제 철폐에 적극적인 분위기도 다른 유럽 국가와 차별화된 스위스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빅테크들의 스위스 진출도 활발하다. 구글의 취리히 연구개발(R&D) 허브는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미국 외 지역의 R&D 시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위스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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