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은 금요일 추락한 F-15E 조종사를 수색하던 HH-60 헬리콥터 두 대를 향해 발포했다. 출처 X
미국이 4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전장에서 실종됐던 미군의 신병을 확보했다. 전날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국 F-15 전투기의 조종사 2명 중 1명이다. 1명은 현장에서 신속히 구조됐으나, 나머지 1명의 행방은 수색 작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의 추격을 받으며 적진에서 숨어있던 미군은 실종된 지 약 36시간 만에 인질이 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실종된 미군을 구출해내는 작전은 미국 입장에서 큰 모험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공군이 적진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복잡한 수색 및 구조 작전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용감한 전사는 이란의 험준한 산악 지대 적진 깊숙한 곳에 숨어 적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종 미군은 무기 시스템을 담당하던 공군 장교로, 그를 구출하기 위해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6팀 대원들이 수백명의 특수작전 부대원과 함께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장교는 권총 한 자루만 몸에 지닌채 적진 한가운데 떨어져 산의 갈라진 틈에 숨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조종사의 은신처를 찾아내 미 국방부에 정보를 전달했고, 이란군에 혼란을 주기 위한 기만 작전도 폈다.
출처 XWSJ에 따르면 미국은 F-15 전투기 격추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3일 즉시 조종사 수색 및 구조 작전에 돌입했다. 작전에는 C-130 공중급유기와 수송기, 그리고 H-60 헬리콥터, 특수부대가 동원됐다. 이들은 수풀로 뒤덮인 이란 내 언덕 위를 저공비행으로 천천히 비행하며 수색에 나섰다. WSJ는 “저고도, 저속 비행은 지상 또는 대공 사격에 대한 위험이 크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이란도 실종 미군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이란은 이미 1979년 미 대사관 인질 사태를 통해 ‘인질극’이 적대 세력에 대한 효과적인 전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일대를 봉쇄하고 현상금까지 내걸며 미군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WSJ는 “이란인들이 구조 작전에 투입된 것과 유사해 보이는 미군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려는 듯 공중으로 총을 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하던 헬리콥터가 피격됐다는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메흐르 통신은 해당 헬리콥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WSJ는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군 특수부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도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이란 현지에서 실종자 구조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과의 교전으로 발생할 피해를 막기 위해 미 공군 전투기가 해당 지역에 공습을 진행하며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조 발표로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가 그를 구해냈다. 훌륭한 장교이자 존경받는 대령 한 분이 무사히 구조되어 돌아왔다”며 구조 소식을 알렸다. 미군 조종사가 사라진 지 날짜로는 이틀 만이다. 구조 상황에 대해서는 “미군은 세계 최강의 무기로 무장한 수십 대의 항공기를 투입해 그를 구출했다”고 전했다.
또 “총사령관(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 그리고 동료 전사들이 그의 위치를 24시간 내내 모니터링하며 그의 구조를 부지런히 계획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의 영토 깊숙한 곳에서 두 명의 미국 조종사가 각각 따로 구조된 것은 군사적인 기록(기억)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미국의 전사를 뒤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의 구조로 미국은 ‘1979년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에서 벗어났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지지하는 이란의 한 학생 무장단체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무력으로 점거하고 외교관 등 미국인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했다. 당시 억류됐던 인질들 구조에 실패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하고 약 80억 달러(약 12조808억 원) 상당의 이란 자산 동결을 해제함으로써 이들을 석방시켜야 했다.
특히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서 ‘인질’이 주요 변수가 되는 상황을 차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군의 신병이 확보되기 전 워싱턴포스트(WP)는 “실종된 미군이 구조되지 않거나 포로로 잡히게 되면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었다. NYT도 “실종된 미국인이 포로로 잡힐 경우 난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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