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자신이 서명한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구두 변론에 등장해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현직 대통령이 대법원 재판에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패소 시 자신의 핵심 공약인 강경한 불법 이민 단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재판부를 압박하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대법원에서 미 동부 시간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진행된 구두변론에 참석했다. 일반인 방청석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다. 연방정부 측 소송대리인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이 대법관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그는 방청 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출생시민권을 허용할만큼 어리석은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불만을 표했다.
출생 시민권은 1868년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도입됐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州)의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직후 ‘미국에 불법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시민권을 자동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출생 시민권이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거주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 야당 민주당 성향 주의 법무장관등이 이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이날 재판이 이뤄졌다.
사우어 차관은 재판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출생시민권에 관한 중요 판례인 1898년 ‘웡 킴 아크’ 사건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인 부모를 두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크가 시민권을 인정받은 것은 그의 출생지가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부모가 모두 미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임시 체류자인 부모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상태가 아니므로 이들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정명령이 당시의 판례를 뒤집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우어 차관은 또 중국 등 ‘적대국’에서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 출산’을 오는 것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9명의 종신직 연방대법권들은 이 주장이 헌법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임명한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또한 “수정헌법 14조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나 정착지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특히 배럿 대법관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직후 버려져 부모가 확인되지 않는 아기를 예로 들며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사우어 차관의 논리적 허점을 꼬집었다. 역시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 또한 19세기에는 ‘원정 출산’ 개념이 없었던 만큼 현 상황을 과거 법문을 해석하는 데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재판 결과는 올 6월 말 또는 7월 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두변론이 진행된 대법원 앞에선 한국 출신을 포함해 이민자 가족들로 추정되는 시위대가 집결해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판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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