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원유 거점 하르그섬 눈독
해병대 앞세운 상륙작전 감행 가능성
이란 전역서 공격 가능한 ‘개방 지형’
원유 인프라 훼손땐 세계경제 부담 가중
AP 뉴시스
“(하르그섬을) 매우 쉽게 점령할 수 있다. 일정 기간 그곳에 머무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을 미국이 장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난달 28일 이란과의 전쟁 발발 첫날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했고 이후에도 계속된 공습으로 이란의 방어망을 크게 붕괴시킨 만큼 하르그섬 점령 같은 지상전 전개 역시 가능하단 의미다. 특히 그는 하르그섬에 머물며 이란의 원유 수출을 직접 통제하고 전쟁 주도권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하르그섬 장악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종전 협상에서도 유용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과 달리 미 지상군이 하르그섬에 발을 딛는 순간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본토와 인근 해역에서 대대적인 드론, 미사일, 해안포 등의 공격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하르그섬 점령도 쉽지 않지만 점령 상태를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 “하르그섬 점령, 유지가 더 어려워”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 기지에서 미군의 최정예 병력으로 꼽히는 육군 82공수사단 부대원들이 훈련하고 있다. 미국 육군 82공수사단 홈페이지 캡처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르그섬 점령을 검토하는 배경으로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사례를 언급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산업을 사실상 장악했듯 하르그섬 점령으로 역시 세계적 산유국인 이란산 원유의 통제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90%를 저장·선적 가능한 대형 터미널을 갖춘 하르그섬은 사실상 이란의 ‘돈줄’이자 ‘핵심 자산(Crown Jewel)’으로 꼽힌다.
미국이 하르그섬 점령을 시도한다면 최근 중동에 배치된 미 해병대를 앞세운 상륙 작전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특수작전 병력을 활용한 섬 진입도 가능하다. 이 작전은 짧으면 몇 주, 길게는 2개월가량 걸릴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점령에 필요한 병력은 적게는 1000명 안팎이면 가능하단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2500명의 해병대를 최근 중동에 배치했고, 2500명의 해병대와 2000명의 공수부대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또 1만명의 지상군을 더 배치하는것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1만7000명의 지상군이 중동에 배치되는 것이다. 지상전을 통해 미국이 하르그섬을 확보하면 원유 통제는 물론이고, 이란 일대에 대한 감시, 정찰, 해상 작전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점령에 따른 위험도 크다.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에서 25km,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660km 떨어져 있다. 이란 전역에서 공격이 가능한 데다 사방이 뚫려 있어 은폐와 방어가 어렵다. 또 원활한 보급에도 제약이 많다.
하르그섬 내 원유 인프라가 훼손된다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에 부담이 커질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더욱 가중될 수 있다.
● 이란 우라늄 반출 작전 가능성도 여전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작전과 관련해 엑스에 공개한 미군 장병들 모습. 2026.03.28CNN 등은 미군이 아부무사섬 등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7개 섬을 단계적으로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아부무사섬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감시하는 방어 요충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섬을 장악하면 중동산 원유 수송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7개 섬 모두를 장악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물자가 필요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33km에 불과해 미군 함정과 상륙 자산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사거리 안에 오래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크다. 또 이란은 7개 섬에 상당한 군사시설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란 내부에선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이 섬들을 부른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일부 지역을 제한적으로 급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상군을 투입해 이곳의 이란의 미사일, 드론, 레이더 등 각종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이란의 이동식 발사대와 분산 배치된 무기를 한 번의 급습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현재 중동에 배치된 미군 규모로는 대규모 지상전 감행이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탈취하기 위한 군사 작전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농축 우라늄 확보는 미국이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방사성 물질 취급 훈련을 받은 정예 특수부대가 필요하며, 우라늄을 안전하게 옮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자지라방송은 29일 이란 내 강경파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및 핵개발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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