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등 아동 정신건강 해쳐”…美법원, 5625억원 배상 평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5일 16시 29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청소년들을 성범죄와 인신매매 등 온라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돼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진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메타 부스를 방문한 참석자들. 2026.03.25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청소년들을 성범죄와 인신매매 등 온라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돼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진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메타 부스를 방문한 참석자들. 2026.03.25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미국 뉴멕시코주(州) 배심원단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와츠앱 등의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빅테크 메타에 대해 ‘아동의 정신 건강을 고의로 해치고, 아동 성착취를 알고도 은폐했다’며 총 3억7500만 달러(약 5625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소셜미디어의 유해성 논란에 관한 소송이 미국에서만 수천 건이 제기된 가운데 소셜미디어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라울 토레스 뉴멕시코주 법무장관은 “이번 평결은 아동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메타로 인해 고통받아 온 모든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역사적인 승리”라고 반겼다. 메타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각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올 2월 국회 업무보고 등을 통해 “하반기(7~12월) 안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알고리즘과 관련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메타, 이윤 위해 중독 유도-은폐”

이날 평결은 앞서 2023년 뉴멕시코주가 메타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당시 주 법무부는 메타가 아동 음란물 공유 등 아동 성학대, 온라인 성매매 알선, 인신매매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위해 검찰 수사관들은 14세 이하 아동으로 위장한 가짜 프로필을 만들어 메타 플랫폼에서 잠복 수사를 벌였다. 또 메타의 내부 문건 및 내부 고발자 증언을 확보해 “메타가 위험을 알고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이 같은 피해가 제3자가 올린 콘텐츠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메타가 수익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플랫폼의 구조나 방식 때문인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간 미국 빅테크들은 1996년 만들어진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통해 각종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0조의 골자는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멕시코주 검찰은 “메타가 설계한 기능 때문에 소아성애자들이 아동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사이트 자체가 아동들이 플랫폼 사용에 중독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평결은 1990년대 이후 광범위한 법적 면제를 받아 온 빅테크들이 플랫폼에서의 활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끔 하는 획기적 승리”라며 “제230조의 보호막이 뚫을 수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메타, 유튜브, 틱톡, 챗GPT, xAI 등 미국의 여러 소셜미디어 및 인공지능(AI) 플랫폼들은 미 전역에서 수천 건의 유사 소송에 직면해 있다. 개인 소송뿐 아니라 아동의 안전과 정신건강 위기를 우려해 지역별 교육청 및 주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도 수십 건에 달한다.

이날 배심원단 평결에 대한 최종 판결은 5월 열리는 재판에서 판사가 결정한다. 다만 3억7500만 달러는 당초 뉴멕시코주 검찰이 요구한 19억 달러(약 2조8500억 원) 배상금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못 미친다. 이에 24일 나스닥 시간외거래에서 메타 주가는 5%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메타 주주들이 평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 韓도 대책 마련 활발

국내에서도 소셜미디어가 아동, 청소년에 주는 폐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 착취 등과 관련해 “디지털 플랫폼이 서비스를 만들기 전부터 ‘이게 청소년에게 위험하진 않을까’ 평가하고 보호 조치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5일에는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아동·청소년 SNS 사용 관련 열린 간담회’를 열고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청소년들의 경험에서 나온 의견을 출발점으로 삼되, 향후에는 공식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함께 반영해 문제를 진단하고 어느 수준까지 대응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고민해) 공론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메타#소셜미디어#아동정신건강#아동성착취#배상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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