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전자담배를 먹이로 착각한 야생 다람쥐들이 기기를 물거나 씹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환경·동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한 틱톡 계정에 영국 런던 남부 브릭스턴 지역에서 회색 다람쥐 한 마리가 전자담배 기기를 앞발로 쥔 채 울타리 위에 올라 씹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해 10월에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다람쥐가 일회용 전자담배로 보이는 물체를 갉아먹는 영상이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다람쥐가 니코틴 자체보다 전자담배에서 나는 과일 향에 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웨일스 벵거대학교의 붉은다람쥐 연구자 크레이그 셔틀워스는 “과거에는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어도 다람쥐가 이를 물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과일 향이 나는 전자담배가 더 큰 유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자담배 기기를 씹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이 미세플라스틱이나 니코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셔틀워스는 “야생에서 니코틴을 접할 일이 없는 동물에게는 매우 해로운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RSPCA도 이번 사례를 두고 “버려진 쓰레기가 야생동물에 얼마나 큰 위험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경고했다. RSPCA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판매 금지 이전 기준으로 매주 약 500만 개의 일회용 전자담배가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 사례는 다람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3년 뉴질랜드에서는 전자담배 기기를 삼킨 새가 폐사한 사례가 보고됐고, 웨일스에서는 다람쥐가 전자담배를 땅에 묻으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동물의 독성 물질 중독 사례도 꾸준히 보고돼 왔다. 수의 독성 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전자담배 관련 사고 신고 680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96%가 개와 관련된 사례였다. 전자담배 액체를 섭취한 뒤 폐사한 반려동물 사례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심장 질환과 폐 손상 등 각종 건강 문제와 연관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청소년층에서의 전자담배 사용 증가를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기기와 같은 폐기물을 길거리나 공원 등에 무단 투기할 경우 야생동물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올바른 폐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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