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데었던 트럼프, ‘금고’에 희토류 쟁여둔다… 17조원 투입

  • 동아일보

핵심광물 비축 ‘프로젝트 볼트’ 발표
中, 관세 맞서 희토류 통제 압박… GM-보잉 등 참여 민관 합동 투자
美, 오늘 韓 등 10개국 광물 회의… “韓, 공급망 다변화 기회”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 볼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20억 달러(약 17조4200억 원)의 초기 사업 자금은 민관 합동으로 조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 볼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20억 달러(약 17조4200억 원)의 초기 사업 자금은 민관 합동으로 조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AP 뉴시스
“1년 전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볼트는 금고란 뜻)’라는 이름의 핵심광물 비축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비축 및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년간 미국 기업들은 시장 교란이 발생할 때마다 핵심광물이 바닥날 뻔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며 사업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비상시 민간 용도로 사용될 핵심광물로서 이 같은 비축분을 조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또한 4일 주요 7개국(G7), 한국, 호주, 인도 등의 장관급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핵심광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도 ‘프로젝트 볼트’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민관 합동으로 사업비 조달… GM-보잉 참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린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원유를 비축해 왔고 국가 방위를 위해 핵심광물도 비축해 왔다”면서 “이제 미국 산업을 위해 새로운 비축에 나설 것”이라며 ‘프로젝트 볼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같이 핵심광물을 재료로 쓰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등에 최대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프로젝트 볼트’의 초기 사업비는 총 120억 달러(약 17조4200억 원)로 미국 수출입은행의 대출 100억 달러, 민간 투자 20억 달러로 충당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납세자들이 이 사업 과정에서 얻는 대출 이자 수익으로 이익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1년 동안 행정부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핵심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비상한 조치들을 취해 왔다”면서 미국 내 광산 개발 사업 가동, 핵심광물 채굴의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을 그 사례로 언급했다.

이날 백악관에는 루비오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는 물론이고 존 요바노비치 미국 수출입은행장,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등도 자리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GM, 보잉, 스텔란티스 등 10여 개 미국 제조기업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버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시추 슬로건인 ‘드릴, 베이비, 드릴’을 변주해 “마인(mine·채굴하라), 베이비, 마인”이라고 외치며 핵심광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진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지만 이후 쇠퇴했고, 현재는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아킬레스건을 노려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대(對)미 압박용 카드로 활용했다.

이에 미국은 최근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실리콘, 희토류 등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한국 같은 주요 우방국을 규합한 연합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결성했다. 지난달 12일에는 베선트 장관이 G7, 한국, 인도, 호주, 멕시코, 유럽연합(EU)의 재무장관급 인사들과 함께 워싱턴에서 핵심광물에 관련 회의도 열었다.

● 韓, 공급망 다변화 기회… 中 보복 위험도

한국은 그동안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겠단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공급망 위기론’에 직면했다. 그런 만큼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동참하면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파트너십’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한국 기업도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참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다만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보복성 수출 규제 위험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부담 전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사업을 추진하며 발생할 비용의 일부를 동맹국에 전가하거나, 불참 시 페널티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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