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왕’ 사진 올린 트럼프, 2차대전 동맹에도 관세 퍼부어

  • 동아일보

[‘그린란드 반기’ 동맹에 관세] ‘그린란드 파병’ 유럽 동맹 정조준
“평화 위해 美가 그린란드 가져야… 덴마크 개썰매로는 中러 못막아”
유럽 “집단안보 이유 관세부과 안돼”…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등 만지작
미국인 73% “군사력으로 점령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결단의 책상’ 위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쥔 자신의 사진과 ‘관세 왕(tariff king)’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결단의 책상’ 위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쥔 자신의 사진과 ‘관세 왕(tariff king)’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을 나흘 앞둔 16일(현지 시간). 그의 트루스소셜에는 두 장의 흑백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결단의 책상’으로 불리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내 책상 위에 양 주먹을 짚고 선 그가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위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란 글씨가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194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 후 미국의 오랜 동맹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병합을 추진하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공동 방어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1년간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경제가 아닌 안보 사안에서 동맹에까지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 영국과 프랑스에도 그린란드에 파병을 이유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건 나토와 동맹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란 지적도 제기된다.

● 트럼프 “세계 평화 위해 그린란드 가져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8개국이 최근 그린란드 방어 목적의 ‘북극의 인내’ 작전에 가담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의 안전, 안보, 생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8개국이 “감당할 수 없거나 유지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지난해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에 10%, 유럽연합(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의 관세를 더할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년 동안 관세나 어떤 형태의 대가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덴마크와 모든 EU 국가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수 세기가 지난 지금 덴마크는 (미국에) 보답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다”며 “덴마크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이들이 현재 가진 건 개썰매 두 대뿐”이라고 했다.

● 유럽 국가들 거세게 반발

유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에 “관세 위협을 용납할 수 없고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 유럽인들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동조했다. 그린란드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은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유럽 내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도 거론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그린란드와 무역협정 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의회는 당초 26, 27일 미국과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그린란드 갈등이 불거지면서 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EU가 27개국으로 구성된 단일 무역 체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그린란드 파병 국가 대상 관세 부과가 큰 혼란을 야기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 美-유럽 집단안보 체제 위기

이번 사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토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BBC는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같은 편에서 싸웠다. 또 나토를 통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높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73%는 “군사력을 통한 그린란드 점령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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