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단속 중 백인 여성 사살…ICE 과잉대응 파장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8일 17시 52분


7일(현지 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응급 의료진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총격을 당한 사람을 옮기며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이날 ICE 요원들이 이민 단속을 벌이던 중 37세 여성 운전자 한 명이 ICE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국토안보부는 이에 대해 ‘방어 사격’이라고 했지만,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경솔하고 무모한 총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2026.01.08 [미니애폴리스=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응급 의료진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총격을 당한 사람을 옮기며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이날 ICE 요원들이 이민 단속을 벌이던 중 37세 여성 운전자 한 명이 ICE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국토안보부는 이에 대해 ‘방어 사격’이라고 했지만,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경솔하고 무모한 총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2026.01.08 [미니애폴리스=AP/뉴시스]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온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7일 백인 여성 르네 니콜 굿(37)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세 자녀를 둔 어머니이고 비무장 상태였던 터라 사건의 후폭풍이 엄청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20년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역시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졌다. 이 여파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총격 장소는 플로이드가 숨진 곳에서 불과 1.6km 거리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굿의 사망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올 11월 중간선거를 뒤흔드는 ‘제2 플로이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ICE를 두둔했다.

● 조용한 주택가-가족 앞에서 비무장 여성 사살

굿은 이날 오전 9시 반경 미니애폴리스 남부 주택가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나온 ICE 요원들과 굿이 실랑이를 벌였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는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촬영하던 일종의 자원 봉사자였다.

굿은 자신의 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탄 상태에서 집 앞 도로를 막고 ICE 진입에 반발했다. 또 운전석에 탄 상태에서 창문을 내리고 ICE 요원과 대치했다. 이때 ICE 요원 여러 명이 다가왔고, 이 중 한 명이 운전석 문을 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굿은 차를 천천히 후진한 뒤 현장을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한 ICE 요원이 굿을 향해 최소 3발의 총격을 가했다.

총알은 앞 유리를 관통해 굿의 머리를 맞혔다. 그가 탄 SUV는 이내 주차돼 있던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사건 현장 사진 속 그의 내부는 에어백이 터졌고 운전석 또한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총격을 목격한 의사 겸 주민이 굿을 살펴보려 했지만 ICE 요원들이 “구급대가 올 것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곳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해당 영상과 사진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미네소타주는 물론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ICE는 트럼프의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경찰)’”이라는 항의 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다.

●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미네소타와 불화

미네소타주는 1972년 이후 50년 넘게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2019년 1월부터 이 곳을 이끌고 있는 팀 월즈 주지사 또한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그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에 패했다.

역시 2019년 1월부터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 중인 소말리아계 여성 일한 오마르 또한 유명한 반트럼프 정치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오마르 의원을 향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공격했다.

미네소타주에는 최대 10만 명의 소말리아계가 거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중 일부가 코로나19 기간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오마르 의원의 지역구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굿이 ICE 요원을 고의적으로 차로 들이받았다”며 “요원이 총을 쏜 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 역시 굿의 행동이 ICE 요원을 상대로 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 등은 “정당방위 주장은 거짓이며 ICE가 우리 도시에서 꺼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로빈 켈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놈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으로는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굿이 차로 ICE 요원을 들이받으려고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CNN 또한 목격자를 인용해 굿이 “공격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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