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안보 보장 시 나토 가입 포기”…영토 양보는 거부

  • 뉴시스(신문)

확실한 서방 안보 보장 전제 시 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 시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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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의 확실한 안보 보장이 전제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제기한 러시아에 대한 영토 양보 구상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14일(현지 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재러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의 회담을 앞두고, 왓츠앱 단체 채팅을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한 만큼 동맹국 수준에 준하는 안보 보장을 서방에 기대하고 있다며 “안보 보장은 러시아의 또 다른 침략을 막기 위한 기회이고, 이는 이미 우리가 감수한 타협”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자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해 왔으며, 2022년 2월 전면 침공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러시아는 어떤 평화 합의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요구를 조율하며 전쟁 종식을 위해 수개월간 노력해 왔지만, 협상은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러시아군이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통제 문제가 주요 장애물로 남아 있다. 푸틴 대통령은 평화 조건으로 도네츠크 지역 중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 중인 곳에서 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비무장 자유경제지대로 만드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했으나, 이는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그 경제지대를 관리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접촉선 인근에 완충지대나 경제지대를 조성한다는 구상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5~10㎞ 철수한다면 러시아군도 같은 거리만큼 점령지 안쪽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표현하며, “현재로서 공정한 선택지는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그대로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 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네츠크 일부가 비무장지대로 지정되더라도 러시아 경찰과 국가근위대는 해당 지역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협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했던 미국의 제안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수정으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 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날 “유럽과 독일에 있어 ‘팍스 아메리카나’의 수십 년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푸틴의 목표는 “유럽 국경의 근본적 변경과 옛 소련의 부활”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푸틴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부활이나 유럽 동맹국 공격 계획을 부인해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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