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웬치(범죄단지)’를 차려놓고 외국인을 불법 감금해 온라인 사기(스캠)를 강요한 중국계 범죄조직 프린스그룹의 천즈(陳志·38) 회장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 시간) 캄보디아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난 14일 프린스그룹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현재 천즈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이 캄보디아에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 고문한 뒤 온라인 사기를 강요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양국은 프린스그룹의 미국 및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천즈가 소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7271개를 몰수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는 천즈를 온라인 금융사기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도 기소했다. 미 재무부는 천즈와 사업체를 상대로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太子) 단지’엔 한국인들도 감금돼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태자 단지에서 이뤄진 피싱 등 한국인 피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프린스그룹이 사기 범죄로 불법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2020년 특별수사팀을 꾸린 바 있다. 이후 중국 각지 지방법원은 프린스그룹 하위 직원 및 연루자 다수에 대해 도박·자금세탁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캄보디아데일리는 “천즈의 행방은 캄보디아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대중은 그가 캄보디아 국적을 박탈당해 중국으로 송환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린스그룹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가해지자 계열사인 프린스은행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이후 프놈펜의 주요 지점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린스은행은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의 감독과 규제하에 독립적이고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모든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천즈는 지난해 12월 프린스은행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중국에서 태어난 천즈는 2014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하고 정계와 유착해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