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에 군부 합세…대통령 해외 도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5일 14시 42분


14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정예부대 ‘캡사트’(CAPSAT) 대원들이 군의 ‘정권 장악’ 발표를 위해 대통령궁에 들어서고 있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캡사트는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에 동참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고,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피했다. 2025.10.15 [안타나나리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정예부대 ‘캡사트’(CAPSAT) 대원들이 군의 ‘정권 장악’ 발표를 위해 대통령궁에 들어서고 있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캡사트는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에 동참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고,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피했다. 2025.10.15 [안타나나리보=AP/뉴시스]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벌어진 ‘젠지(Z세대, 1995∼2010년 출생자) 시위’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축출됐다. 2019년 재집권한 지 6년 만이다. 최근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젠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네팔에 이어 두 번째 정권 붕괴다.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14일(현지 시간)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전날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자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대통령실 페이스북을 통해 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인 시테니 랜드리아나솔로니아코 의회 부의장은 “의장과 사전 협의 없이 내려진 해산 명령은 법적으로 무효”라며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강행했다.

이후 군부를 대표해 ‘캡사트(CAPSAT)’ 부대의 미카엘 란드리아니리나 부대장(대령)이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군이 권력을 장악한다”고 선언했다. 수도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는 2009년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이끌 당시 그를 돕고 첫 집권의 문을 열어준 엘리트 군부 조직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고,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여기에 11일 캡사트 부대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며 시위대에 합류하며 상황은 변곡점을 맞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3일 밤 전용기를 타고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군부의 정권 장악 선언이 “불법”이라며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은 무력으로 인질이 될 수 없다. 국가는 여전히 굳건히 서 있다”고 주장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7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나나리보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마르코 라발로마나나 당시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을 폐쇄하며 압력을 가하자 그의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젊은 지도자’로 대중적 인기를 끌며 군부의 도움으로 라발로마나나을 퇴진시키고 2009년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대통령에 당선돼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여론이 악화하며 재선 임기를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인구 3000만 명의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는 생태학적 다양성과 세계 최대 바닐라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의 약 75%가 빈곤선 이하로 생활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마다가스카르#젠지 시위#라조엘리나 대통령#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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