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프랑스 파리 외곽의 경찰서를 방문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흘 전 사임한 그를 총리로 다시 임명했다.
파리=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흘 전 사임한 자신의 최측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를 총리직에 다시 임명했다. 긴축 재정안을 추진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로 물러난 인물이 재기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프랑스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은 1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르코르뉘를 총리로 임명하고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일간 르몽드에 “대통령이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긴축 재정을 추진하다 야권의 불신임에 사임하자 지난달 9일 르코르뉘 총리를 새 내각 수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르코르뉘 총리는 야권과 내각 구성 및 긴축 예산안 통과를 두고 협상을 벌이다 한계에 봉착하자 임명 27일 만인 6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사의를 수리하고 후임자를 물색했다. 그는 또 야당 대표들과 중립 성향의 총리 임명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수일간의 고민 끝에 다시 르코르뉘 총리를 기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엘리제궁 발표 뒤 X를 통해 “의무감에 대통령이 맡겨 준 임무를 수락한다”고 밝혔다. 또 “재정 건전성 회복은 우리 미래와 주권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르코르뉘 총리가 연금개혁 중단 등을 앞세워 야당과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마뉘엘 봉파르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권력에 취한 무책임한 자의 프랑스 국민에 대한 새로운 모욕”이라며 탄핵안 재발의를 경고했다.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의원도 “술책은 계속되고 있으며, 따라서 불신임 표결은 불가피하고 (의회) 해산도 그 어느 때보다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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