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왈츠-루비오-윗코프 사우디로… 러 외교장관과 실무회담 예고
젤렌스키 “우크라 뺀 협정 수용못해”… 유럽 정상들 ‘패싱’ 우려에 긴급 회의
英 “협상 성사땐 우크라 파병 준비”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우디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곧 만나겠다고 16일 밝혔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 등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종전 협상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초기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의 이웃이며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바빠졌다. 이 나라 정상들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협상에서 유럽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 트럼프 “푸틴, 곧 만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언제쯤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달에 만나냐’는 질문에 “곧 이뤄질 것이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하냐는 질문에 “그도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윗코프 특사는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밤 사우디로 떠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던 루비오 국무장관 또한 17일 사우디로 출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우샤코프 대통령 보좌관과 함께 18일 미국 대표단과 회담하기 위해 리야드로 떠났다고 17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회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8일 회담이 일정 부분 성과를 도출하면 이르면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하고 있다는 불만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진행될 협상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며 자국을 협상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 튀르키예 등 중동 주요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동 각국의 지지를 당부하고 종전 후 재건 사업 참여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스타머 “英, 우크라 파병 가능”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이 유럽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러시아와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등 주요국 정상을 비롯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긴급 회의를 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가 영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스타머 총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에서도 푸틴 정권이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군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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