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7년만의 ‘해품달’… 500만명 사로잡은 우주쇼에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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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2시 30분경 미국 뉴욕 맨해튼 랜드마크 중 하나인 플랫아이언(Flat Iron) 빌딩 인근. 일찌감치 모여든 수백 명이 일제히 일식 관측용 안경을 끼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해를 가리기 시작한 달은 미끄러지듯 태양을 덮어 나갔다. 약 1시간 뒤, 드디어 태양이 얇은 초승달처럼 변하자 세상은 온통 그늘이 드리워졌다. 수많은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성. 우주가 지구에 보낸 신비한 선물 ‘개기일식’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끼며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북미 대륙 기준으론 2017년 8월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일식은 멕시코 마사틀란에서 북동쪽 대각선으로 미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뉴욕, 메인주 등 여러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벌어져 관심이 커졌다. 게다가 올해는 달이 지구에 가까워 더 뚜렷하게 관측됐고, 다음 개기일식은 2044년에나 벌어져 ‘놓치면 안 될’ 기회로 여겨졌다. ABC CBS NBC 등 주요 방송사들은 오전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생중계했다.

사실 뉴욕은 90% 정도만 해를 가려 관측 베스트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관광객이 넘쳐나는 도시답게 센트럴파크와 타임스퀘어 등 곳곳마다 인파가 몰렸다. 특히 써밋과 엣지, 원월드 등 뉴욕 빅5 전망대는 오래 전 예약이 마감됐다. 공공도서관 등에서도 선착순으로 나눠준 일식 관측용 안경을 받으려는 줄이 무척이나 길었다. 프랑스 관광객 플로런트 씨(41)는 “뉴욕에서 개기일식을 즐겼다는 게 기적같고 놀랍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올해 개기일식은 금전적으로 따져도 엄청나다. 관련 업계에선 관측 여행 및 숙박 등으로 60억 달러(약 8조13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켰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약 500만 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부 지역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11월 대선을 이번 자연현상과 연결짓는 점성술사들이 쏟아졌으며, 아칸소 주에선 일식 시간에 맞춰 500쌍이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개기일식은 과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현상이다. ‘우주의 난제’인 태양 바깥 가스층 코로나(corona)를 살필 흔치 않은 기회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연구를 위해 버지니아 주 월롭스 비행시설에서 로켓 3대를 발사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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