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에 ‘최후통첩’…‘민간인 보호없다면 지원 재검토’ 선언

  • 뉴스1
  • 입력 2024년 4월 5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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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달려 있다.”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오폭 사건’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이같이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을 향한 미국의 ‘최후통첩’(ultimatum)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이스라엘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그동안 펴온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는 뜻이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동맹국이자 공격을 받은 쪽인 이스라엘 편에 서서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3만3000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이 희생되는 등 ‘복수의 강도’가 선을 넘는다고 판단하자, 이스라엘을 향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라파 공습을 계획하는 등 좀처럼 전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미국과 관계가 틀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인해 전통 지지층인 아랍계·젊은층 유권자들의 반발을 겪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지속했던 터다.

그러나 지난 1일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발생한 ‘WCK 차량 오폭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내심에 한계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당시 인도주의적 지원(구호용 식량 전달)을 위해 가자지구에 들어섰던 WCK 차량은 이스라엘 군의 습격을 받았고 다수의 사망자를 냈다.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 1명, 영국인 3명, 호주와 폴란드 국적자 각 1명 등 구호 활동가 7명이 사망한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의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이날의 30분간 통화가 때때로 긴장감이 넘쳤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를 밝히고,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에 대한 자신의 접근 방식을 옹호하고 나섰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가자지구 내 전반적인 인도주의적 상황, 구호단체 활동가 공격 등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인도주의 상황을 개선하고, 무고한 민간인 보호를 위해 즉각적인 휴전이 필수이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협상단에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간인 피해, 인도주의적 고통, 그리고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를 발표하고 시행할 것”을 촉구하며 “가자지구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이러한 조치를 이스라엘이 즉각적으로 했느냐를 평가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또한 이에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가 봐야 할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일단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있어선 성공한 모습이다.

두 사람이 통화를 마친 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 흐름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아슈도드항 임시 개방, 에레즈 교차로 통과 허용 등의 방안을 내놨다.

내부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WCK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나마 미국과의 끈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미국마저 이스라엘을 향한 손을 털어버린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이스라엘의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길들이기’를 위해 당분간은 강경한 입장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로 미국이 이스라엘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레드라인을 강요당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조나단 파니코프 전 미 국가정보국 중동 담당 부국장은 “고가의 무기 제공을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같이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뒤집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이 소형 무기에 대한 제공에 있어 조건을 붙이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유대인 정착민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동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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