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첨단기술 접근제한 계속” vs 시진핑 “발전권 박탈 좌시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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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진기술이 미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을 막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면 좌시하지 않겠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2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첨단기술 통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의 보조금 살포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과잉생산과 ‘덤핑 목격’ 등을 경고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거듭된 규제를 두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아니라 ‘위험 창출’”이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3~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에서도 양국의 대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美中 정상, 첨단기술 두고 날선 대립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약 1시간 45분간 통화했다.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면 회담 이후 139일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 비(非)시장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이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또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존 최첨단 반도체 규제에 이어 중국산 범용(legacy)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해운·물류·조선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으로 미 국가안보가 위협받으면 해당 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우리의 관심은 (틱톡 지분) 매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에 끝없는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를 취했고,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목록 또한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디리스킹이 아닌 위험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의 기싸움은 양국 모두 첨단기술 전쟁에서만큼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경기 침체 위기 속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시 주석 모두 기술패권 선점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려 하고 있다.

● 옐런 “中 시장 지배 내버려두지 않을 것”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글로벌 공급망 질서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방중 전날인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에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간 관계 안정을 위해 애써온 두 경제대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중국의 리창(李强)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 총재 등을 만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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