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된 조카 기숙사 보내야”…中, 티베트 아동 교육 통제 강화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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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교서 중국어 단일 교육…티베트 정체성↓
"이러다 티베트에도 中에도 적응 못하고 고립"

중국이 티베트 아동·청소년 교육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티베트 출신 한 사회학자는 자신의 어린 조카들마저 기숙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티베트 언어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티베트 교육 사회학자 갸랄 로는 조카 2명이 각각 4세·6세 중국이 설립한 기숙학교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카들이 티베트어로 말하는 것을 어색해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느 순간 조카들이 가족이 아닌 손님 같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로 보내 티베트 정체성을 약화하고 단일 중국화를 꾀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티베트는 1000년 이상의 풍부한 문화·역사·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다.

갸랄 박사는 조사를 위해 티베트 50여 개의 기숙학교를 방문한 후 과거 미국·캐나다·호주의 원주민 기숙학교 정책에 빗댔다. 당시 원주민 아이들은 사회 동화 명목으로 기숙학교에 강제 동원된 후 문화적 뿌리·가족·지역 사회 정서로부터 완전히 단절됐다.

BBC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은 심리적 트라우마를 입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한 청소년은 최악의 기억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전했다.

알렉산드라 크산타키 유엔 특별보고관은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를 사용하는 학교에 아이를 보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런던 중국 대사관 또한 BBC에 “소수민족은 고유의 말과 글을 사용하고 발전시킬 자유가 있다”고 말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지난해 초 유엔은 특별보고관 3명이 중국에 티베트 교육 개혁 문제점을 제기한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중국이 소수 민족을 ‘동화’시켜 중국인으로 만들고 있으며, ‘중국어’를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상세히 지적했으나 상황은 그대로다.

유엔이 중국에 서한을 보낸 시점인 2022년 말 기준 티베트 중국 기숙학교 학생은 100만명에 달한다. 2021년 티베트행동기관(Tibet Action Institute)이 발표한 80만명에서 몇 년 새 20만명가량 급증했다.

갸랄 박사는 “우리 아이들은 고립된 세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중국 사회에도, 티베트 사회에도 적응할 수 없을 겁니다”라며 단념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중국은 수 년 전부터 티베트 내 중앙 집중 기숙학교 시스템을 설립으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 사회의 관심이 팬데믹·위구르족·홍콩 등에 쏠린 틈을 타 해당 시스템을 강화했다.

BBC의 질문에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공식 언어(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중국은 고지대에 거주해 이동이 어려운 티베트 특성을 고려해 기숙학교를 설립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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