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재자에 아부” vs “푸틴 핵위협은 무능한 바이든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0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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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격전지 조지아서 ‘맞불 유세’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각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 주요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각각 찾아 유세 맞대결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도(州都) 애틀랜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bromance· 남성들의 우정)’를 지적하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란타에서 약 113km 떨어진 소도시 롬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지나치게 관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곳은 ‘여자 트럼프’로 불리는 공화당의 강경파 마조리 테일러그린 하원의원의 지역구이자 최근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의 고향과도 가깝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 8일 미국을 방문한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만 만나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에도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 “트럼프, 독재자에 아부” VS 트럼프-오르반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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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9일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세계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에게 아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자신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고 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왕이라고 불렀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미국의 동맹에게 원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MSNBC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을 존경한다고 했고 푸틴을 칭송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 세계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밀착을 거듭 비판한 것은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7일 국정연설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푸틴에 머리를 조아린다”고 비판했다. 8일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세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의 만남을 비판하며 “트럼프는 독재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일절 만나지 않았다. 7일 수도 워싱턴에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을 찾았고 하루 뒤 마러라고리조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가 2020년 대선에서 이겼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푸틴이 매일 같이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은 미 대통령(바이든)이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처럼 유능한 대통령만 있다면 (미국은)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 “바이든은 사이코”
두 전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 ‘맞불 유세’를 벌인 것은 조지아주가 4년 전은 물론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곳에서 0.23%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주 국무장관에세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종용해 지난해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라일리는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자를 석방했기 때문에 살해당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비판하며 “이 자는 사이코!(this guy is a PSYCHO!)”라는 막말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유세 장소를 골랐다. 그가 택한 애틀란타의 대형 공연장 ‘풀만야드’는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직접 출두해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사진)’을 찍은 풀턴카운티 구치소와 가깝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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