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美대선 예측 ‘족집게’ 릭트먼 “13개 열쇠 중 바이든 4개-트럼프 2개 우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7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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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칸대 석좌교수 사진제공=릭트먼 석좌교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하려면 여러 악재가 겹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온 ‘족집게’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3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 11월 열릴 대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우세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릭트먼 교수는 13가지 항목을 통해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하는 등 1984년부터 치러진 10번의 미국 대선 중 9명의 당선자를 맞췄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13개 항목 중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면서 당내 의미있는 경쟁이 없고 장기적인 경제성과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지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으로 현직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낮다는 두개 항목에서 우세 평가를 받고 있다.

릭트먼 교수는 “올해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보다 더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국 역사 상 91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보(트럼프)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선도전 때(73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후보(바이든)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 대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중추적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대선에 대해 현재까지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아직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최종 예측은 7월이나 8월이 돼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하려면 여러 악재가 겹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전례 없는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올해 대선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이나 1992년 대선도 예측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다. 두 개의 전쟁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유력한 제3당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는 두 가지 특별한 상황이 있다. 91개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후보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선도전 때(73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후보(바이든)도 처음이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기존 패턴을 깬 선거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낮은데….

“성과 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960년대 이후 취임한 어떤 대통령에 뒤지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막았고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모든 예측을 뒤집었다. 스캔들을 일으키려던 공화당의 시도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낮은 것은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정책 홍보) 실패와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상승 때문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군사적 성과에서 실패로 바뀔 수 있다. 미시간주 경선 결과에서 나타나듯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국경 문제는 유권자를 교란시키는 또 다른 이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 법안 통과를 막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앞둔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다른 후보가 같은 혐의를 받았다면 세기의 재판이 될만한 사건이지만 트럼프에겐 매우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많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2020년 대선 뒤집기 등) 다른 사건들은 대선이후로 연기하려는 지연 전술이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낙태권 문제가 대선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까?

“물론이다. 대선보다는 중간선거에서 더 큰 이슈가 될 사안이지만 여성에서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한동안 미국 정치의 중요한 쟁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 고립주의도 대선 변수가 될 수 있나?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집단안보에 대한 공격을 그냥 지나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유럽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들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전 아돌프 히틀러가 유럽을 점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고립주의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블루월(Blue Wall)’ 3개 주(州)가 중요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세 곳에서 이긴다면 조지아주나 애리조나에서 패배해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대선 후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선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중추적(pivotal) 선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폭력을 선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고처럼 내전까지 갈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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