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율 경고음… 슈퍼 화요일 코앞 트럼프에 5%P 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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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9연승 트럼프와 격차 더 커져
“전직보다 더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
여성-非백인 등 결집 약화가 원인
바이든, 가자-우크라 혼동 또 말실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야당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9연승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3%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5%포인트 뒤졌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12월 같은 조사(2%포인트 차)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올라가서라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유권자들 가운데 둘 모두 싫다는 이른바 ‘더블 헤이터스(double haters)’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더 떨어지는 것이다. NYT는 “인기 없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보다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인기가 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바이든 국정 운영’ 부정평가 최고치


바이든 대통령의 위기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 고령에 대한 의구심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2월 25∼28일 미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7%로 NYT 자체 조사 중 가장 높았다. 미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지만 경제가 좋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26%에 그쳤다. 특히 18∼29세 젊은 층 가운데 ‘경제가 매우 좋다’는 응답은 0%, ‘좋다’도 14% 수준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호감도 격차도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2020년 10월에 43%, 2024년 2월에 44%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기간 52%에서 38%로 수직 하락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불법이민자 급증, 인플레이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 원인은 그가 단순히 인기가 없다는 것 자체”라고 분석했다.

여성과 비(非)백인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이 약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유색인종 유권자로부터 72%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NYT 조사에서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1%)과 겨우 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2020년 대선 당시 여성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이 15%포인트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동등하게 각각 46%씩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48%)은 2015년 그가 대선 주자로 NYT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민주당의 ‘집토끼’가 흔들리면서 경합주에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블룸버그통신-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조지아주, 미시간주 등 7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9%포인트 뒤졌다.

● 바이든 또 말실수, 가자-우크라 혼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미주리주, 미시간주, 아이다호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5일 16개 지역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사실상 대선 후보로 쐐기를 박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대의원 36%(전체 2429명 중 874명)를 뽑는 이날 압승할 경우 마지막 남은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사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버지니아주 유세에선 불법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전 세계 교도소 인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은 수십 년간 수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며 “이 멍청한 인간(바이든)은 이것도 이해 못할까”라고 했다. 또 “바이든은 미 공립학교를 난민캠프로, 미국을 범죄와 질병이 만연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 와중에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를 혼동하는 말실수를 했다. 그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던 중 “조만간 우리는 항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구호품을 뿌리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비상에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1일 ‘우먼 포 바이든’(바이든을 위한 여성들) 캠페인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는) 일생 동안 여성을 비방하고 낮춰 봤다. 그는 여성과 우리 가족들에게 위험하다”며 맹폭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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