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시대… 노인들, 年 900시간 집 안에 갇힌다

  • 동아일보

75년간 야외활동 제한 2배로 늘어
유럽-동아시아 등 열 위협 급상승

기후변화로 폭염 규모와 빈도가 늘면서 고령자 등 취약계층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의 건강과 복지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기후변화로 폭염 규모와 빈도가 늘면서 고령자 등 취약계층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의 건강과 복지까지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기후변화로 전 세계 폭염 빈도가 늘면서 사람들의 안전한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열대·아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크 파슨스 미국 유타대 교수팀은 1950년대 이후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야외 활동이 어려울 정도의 폭염을 겪는 기간이 연령에 따라 최대 2배까지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10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건강’에 공개했다.

폭염은 고령자 등 취약계층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의 건강과 복지까지 위협한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체감온도 변화를 단순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떤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다양한 강도의 신체활동 중에 몸의 냉각 능력으로 체온 상승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나이에 따라 고려한 것이다.

지난 75년간 지역별 온습도 기록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1950년대 동년배와 비교해 더위 때문에 안전한 야외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시간이 연간 약 600시간에서 현재 약 900시간으로 50% 늘었다. 심각한 제한이란 그늘에서 바닥을 쓰는 것 이상의 강도를 지닌 모든 활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18∼40세 성인의 경우 심각한 야외 활동 제한을 경험하는 기간이 1950∼1979년 동년배와 비교해 연간 약 25시간에서 현재 약 50시간으로 2배로 늘었다.

분석에 따르면 열 위협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은 북미 남서부·동부, 남미 남부, 아프리카 동부 사하라 지역, 유럽 대부분,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 호주 남부로 나타났다.

서남아시아 지역 카타르의 경우 노인들이 더위로 인해 야외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 기간이 연간 2820시간에 달한다. 한 해의 3분의 1을 야외 활동이 제한된 채로 살아야 하는 셈이다. 캄보디아와 태국, 방글라데시의 노인들도 연중 4분의 1에서 3분의 1 기간에 야외 활동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연중 폭염일수가 늘고 있다. 기상청 기준에 따르면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전국 연간 폭염일수는 1973년 관측 이래 2018년이 35일, 2024년이 33일로 각각 전체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연간 폭염일수가 전체 10위권 이내로 기록된 횟수는 6번이나 된다.

폭염이 가장 심했던 2018년과 2024년은 국내 온열질환자 수가 직전 연도 대비 각각 약 3배, 1.5배 증가했다. 특히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 온열질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폭염이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냉방 시설 확충과 인프라 개선 등이 더위 노출을 해소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에 보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화석연료 사용 절감으로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됐고 취약 지역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파슨스 교수는 “석유, 석탄, 가스 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생활 제약이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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