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가자 북부 아동 6명 중 1명, 심각한 영양실조”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0일 17시 00분


3%는 생명 위협 수준인 중증 영양실조
"당장 전쟁 안 끝나면 다음 세대까지 악영향"

가자지구 북부 영유아 6명 중 1명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우려했다.

유니세프는 19일(현지시간) 글로벌영양클러스터(GNC)의 최근 종합 분석을 인용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어린이 및 임산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2세 미만 영유아 90%와 임산부 및 모유 수유 중인 여성 95%가 심각한 식량 빈곤에 직면했다. 95% 가구가 제한된 횟수와 양으로 식사하고 있으며, 64%는 하루 중 식사 한 끼만 했다.

95% 이상 가구에선 어린이에게 줄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성인의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쟁 초기부터 공격받았던 가자 북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가자 북부 보호소와 보건소에서 실시한 영양 검진 결과 2세 미만 영유아 6명 중 1명꼴인 15.6%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이 중 약 3%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중증 영양실조로, 응급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합병증과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지난달 수집된 데이터로, 현재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실시한 비슷한 조사에선 2세 미만 영유아 5%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로 나타났다.

전쟁 이전 가자지구에서 5세 미만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은 0.8%에 불과했으며, 3개월 만에 영양 상태가 이 정도로 급격히 저하된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가자지구 전쟁이 5개월 차에 접어든 가운데 식량과 안전한 물이 극도로 부족해지고 질병이 만연하면서 영양과 면역력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평균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하루 1ℓ 미만이었다. 인도주의적 기준상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물은 1인당 하루 3ℓ다.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전염병에도 취약한 상태다. 5세 미만 아동 90% 이상이 한 가지 이상 전염병에 걸렸다. 최근 2주 동안 설사를 겪은 어린이는 70%로, 2022년 기준치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테드 차이반 유니세프 부총재는 “예방 가능한 아동 사망이 가자지구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자지구 아동 사망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장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영양 상태가 계속 악화돼 예방 가능한 사망이나 건강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자 어린이들의 남은 생애에 영향을 미치고, 세대 너머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 팀장도 “기아와 질병은 치명적인 조합”이라며 “허기지고 약하며 트라우마가 심한 아이들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고, 특히 설사병에 걸리면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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