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신령스러운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풍수 형상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2월 11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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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의 웰빙 풍수] 사람 끌어당기는 명당 서울 롯데월드타워… 건축물은 예술성과 풍수적 조화 필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호주 시드니 해변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두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 명소로도 주목받는 두 건축물은 해외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만 총 5500만 명이 다녀간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국내 최고 마천루로 서울 관광레저산업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관광업계 추산에 의하면 한 해 평균 5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롯데월드타워를 찾는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 역시 매년 400만 명 넘는 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시드니 관광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건물은 건물 뷰(view)만으로 주변 부동산 값어치를 끌어올리고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 쪽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 롯데월드타워 조망 여부는 중요 변수가 된다.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롯데월드타워 뷰’를 확보한 아파트나 사무실은 그렇지 못한 곳보다 시세 및 선호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공공연하게 ‘타워 뷰’를 광고 문구로 사용하는 부동산중개업소도 적잖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오페라하우스 조망권을 확보한 주택이나 사무실은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자들의 말이다.

거북 명당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
호주 시드니 해변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 [안영배 제공]
호주 시드니 해변에 자리한 오페라하우스. [안영배 제공]
두 건축물은 풍수적으로도 눈여겨볼 점이 있다. 두 건축물이 국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명당임을 암시한다. 명당은 사람들을 자석처럼 이끄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명당이 내뿜는 기운에 취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교역에 의해 재물이 쌓이거나, 집단의 힘으로 권력도 축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양택(집 혹은 건물) 명당의 첫째 조건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에너지(기운)가 형성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1973년 완공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살펴보자. 시드니 관광객의 필수 여행 코스인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 항만 내 베넬롱 포인트(곶)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 쪽으로 길쭉이 목을 내민 곳에 자리한 이 건축물은 특이한 외양으로 유명하다. 조개껍데기 혹은 요트의 돛을 연상케 하는 건물 지붕과 외벽은 우아하면서도 수려한 곡선미를 뽐내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4253개 조립식 V형 콘크리트 패널에 100만 장 넘는 타일이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구조다. 흰색과 미색 계열의 타일은 태양 빛과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 색깔이 달리 보이게 하는데, 시드니의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건축물에 찬탄을 보낸다.

이처럼 오페라하우스는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항구도시 시드니를 일거에 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하게 한 주역이다. 그런데 오페라하우스가 현 위치가 아닌 다른 장소에 똑같은 공법으로 세워졌다면 과연 오늘날처럼 세계인의 사랑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풍수 시각에서 보면 오페라하우스는 장엄한 건축미와 더불어 그 입지가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풍수학과는 전혀 관련 없는 듯한 이역만리, 그것도 한낮에는 해가 남녘 하늘이 아닌 북녘 하늘에 떠 있는 남반구에 북반구 동아시아 지리관인 풍수론을 적용해보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선 시드니항은 동쪽이 태평양과 맞닿아 있고, 해안선을 따라 크기가 서로 다른 곶들이 좌우로 들쭉날쭉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지형이 마치 입을 벌린 악어의 교차된 이빨처럼 생겼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는 풍수학에서 말하는 좌청룡, 우백호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드니의 중심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쪽에서 동쪽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면 왼쪽 청룡에 해당하는 곶과 오른쪽 백호에 해당하는 곶이 마치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좌우 곶들이 태평양의 거친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시드니 내항의 바닷물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바닷가 특유의 비릿하고 짠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인들이 호주를 개척하면서 이곳에 처음 정착지를 마련한 이유도 이런 입지적 조건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드니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랄까.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 명당의 결정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강력하다. 풍수적 시각에서는 신령스러운 거북이 바다로 입수하는 영구입수형(靈龜入水形)이라고 할 것이다. 관광객은 거북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오페라하우스로 자석에 끌리듯 모여든다.

문필봉과 불꽃을 상징하는 롯데월드타워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GettyImages]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GettyImages]
흥미로운 점은 오페라하우스와 이어지는 육지 언덕배기 쪽으로도 시드니 명물이 포도송이처럼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일직선으로 약 300여m 거리에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 관저(영국 식민지 시절 총독관저)가 있고, 더 위쪽으로는 뉴사우스웨일스 정부청사와 도서관을 거쳐 세인트메리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고딕양식으로 건설(1868~2000)된 이 거대한 성당은 웅장한 돔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명소다. 이들 건축물이 일직선상으로 모두 명당 터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좋은 터에 명소를 건축한다는 점에서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 없음을 말해준다.

서울 잠실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는 500m 상공의 타워 상층부에서 서울의 풍경과 야경을 360도 뷰로 즐길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회장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든 건축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격과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마천루를 세움으로써 기업보국(企業報國)을 실천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부동산 사업에 풍수를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방한한 자리에서 롯데월드타워를 보고 “위대한 탑”이라며 건물 디자인에 찬탄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 문화유산’으로 기억되도록 설계된 롯데월드타워는 건물 외양이 서예를 할 때 사용하는 붓의 모양새다. 한국 전통 곡선미를 살려 전체적으로 둥글면서도 끝이 뾰족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학문을 좋아하는 선비의 품격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롯데월드타워 최정상부를 유심히 살펴보면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형태를 하고 있다. 두 가닥의 불꽃 모양으로 풍수적으로는 화형(火形)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이 건물은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붓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붓은 음양오행상 목(木)의 기운으로 보아 학문, 교육, 성장 등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런 형상을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부른다. 반면 불꽃은 화(火)의 기운으로 보아 예술, 종교, 우주, 확산, 분열 등을 상징한다. 풍수에서는 대상물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만약 롯데월드타워가 문필봉처럼 보이면 시각적으로 목의 기운을 받고 있다고 하고, 불꽃처럼 보이면 화의 기운을 받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두 가닥으로 벌어진 불꽃 모양은 기운이 분산된다는 느낌도 준다는 것이다. 불 자체가 분열을 상징하는데, 높이와 크기가 같은 두 가닥의 첨탑이 경쟁하듯 서 있는 것은 조직이나 구성원 내 불화, 분란을 암시한다는 게 풍수학적 견해다. 이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나타난다. 조개껍질 모양으로 지붕을 이룬 오페라하우스는 여러 가닥의 불꽃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역시 화(火)의 기운에 해당하기에 예술 행위에 적합한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쑥불쑥 튀어나온 지붕 모양은 화합보다 분열을 의미할 수 있는데, 오페라하우스 내에서 예술프로그램, 예술가와 갈등 등 잡음이 적잖다는 현지인의 전언도 있다.

불꽃 모양 분열 상징할 수도
두 건축물처럼 건축에서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풍수적으로 좋은 상(相)으로 해석하지 않는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건축물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예술성과 함께 풍수적 조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롯데월드타워의 부속 건물인 롯데월드몰 지하에는 온갖 어종을 전시하는 아쿠아리움이 있다. 이 아쿠아리움에는 북극해에서 서식하는 흰돌고래인 벨루가가 살고 있어 관람객이 늘 붐빈다. 그런데 2014년 아쿠아리움 개장 당시 러시아에서 들여온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는 이미 폐사했고 현재 ‘벨라’라는 이름의 벨루가 1마리만 남아 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가 벨루가들이 비좁은 수족관에서 살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했다며 남은 벨루가라도 방류하라고 롯데 측에 촉구하고 있다. 벨루가가 서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족관도 벨루가 폐사의 원인이겠으나, 풍수적으로 입지한 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쿠아리움 아래쪽 지하 3~5층에는 한국전력공사 석촌변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고압전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풍수적 시각이다. 롯데월드타워가 터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을 극복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진정한 랜드마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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