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경선 아이오와서 51% 압승…‘대세론’ 입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6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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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美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공화당 코커스(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1.16. [디모인(아이오와주)=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美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공화당 코커스(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1.16. [디모인(아이오와주)=AP/뉴시스]
“미국의 모두가 ‘화합(come together)’할 때다. 공화당과 민주당도 화합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관문인 중부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를 득표해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렸다. 승리 확정 후 주도(州都) 디모인에서 열린 ‘코커스의 밤 파티’에 지지층의 열광적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공화당 경선 경쟁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평소 모습과 달리 거듭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AP통신, CNN 등 주요 언론은 개표 시작 35분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위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실제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2%), 3위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19.1%) 등보다 약 30%포인트의 지지를 더 얻은 그의 승리 소감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 가까웠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법 위험 등으로 위태로웠던 트럼프 정치 경력의 놀라운 부활”이라고 평했다.

● 여론조사 지지율 훌쩍… ‘대세론’ 탄력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2021년 1월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더해 지난해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4건의 형사 기소까지 당했다. 이로 인해 한때 재집권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아이오와주에서의 압승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조기 확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쟁자 디샌티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에게도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잘했다. 축하를 보내고 싶다”며 이례적으로 추켜세웠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의 득표율 격차 29.9%포인트는 공화당의 아이오와주 코커스 역사상 1, 2위 후보 격차 최대치다. 이전 최고치는 1988년 코커스 당시 밥 돌 당시 상원의원이 2위 후보보다 12.8%를 더 얻은 것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을 훌쩍 넘는 득표율로 ‘트럼프 대세론’은 날개를 달게 됐다. 이날 경선에서 4위를 차지한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와스마미는 경선 사퇴를 발표하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 이전부터 압승을 자신했다. 아이오와주는 약 320만 인구 중 90%가 백인층이고 콩, 옥수수 등이 주산물인 농업지대여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층이 많다. 이 일대의 백인 저학력·저소득층을 가리키는 소위 ‘앵그리 어메리칸(화난 미국인)’들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며 경제가 발달한 동서부 해안 대도시에 비해 자신들이 소외받는다는 불만이 강하다.

● ‘바이든 심판론’으로 지지층 결집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5일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커스 결과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확실한 선두 주자”라면서 “2024년 미 대선은 나와 극우 공화당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의 대결”이라고 밝혔다.

이날 코커스에 참여한 트럼프 지지자 수지 훅 씨는 “미국은 트럼프 기소와 바이든 일가의 부패를 다르게 취급하는 이중 사법 체계를 가진 3류 국가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코커스에 참여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6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에 대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답했다. 66%는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승리가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대도시, 고학력자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계 또한 드러났다. 디모인 등 아이오와주 주요 도시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및 헤일리 전 대사와의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디모인=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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