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수천명 반정부시위…국민 76% “네타냐후 사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5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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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전세계적으로 들끓고 있다. 통상 선제 공격의 주체가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라엘의 오랜 팔레스타인 탄압에 따른 반(反)유대주의, 세 차례 집권 내내 극우 행보로 일관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개인에 대한 반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해외는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 지원 의사를 밝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또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일 보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지난달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정권을 이양할 시나리오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 국민 76% “네타냐후 퇴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4일 예루살렘 총리 관저와 최대 도시 텔아비브 시내에는 수천 명의 이스라엘 국민이 국기를 흔들며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시위를 열었다. 관저 앞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권의 안보 무능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어졌다며 “총리는 당장 감옥으로 가라”고 외쳤다. 텔아비브 시위대는 동시에 하마스가 납치한 민간인 인질의 사진을 들고 “당장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두 아들과 남자 형제가 모두 하마스에 붙잡혔다는 오프리 비바스-레비 씨는 “세 명의 생사조차 모른다”고 절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텔아비브 시위대를 위로하기 위해 현장에 나타난 군 간부는 “창피한 줄 알라”는 시위대의 거센 분노에 직면해야 했다.

여론 또한 차갑기 그지없다. 현지 매체 채널13 방송이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끝난 후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원했다. “현 정권이 전쟁 후에도 계속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지난달 18, 19일 또 다른 현지 언론 마리브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48%는 “새 총리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겸 전 국방장관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도(28%)를 크게 앞섰다. 간츠 대표는 현재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 美, ‘포스트 네타냐후’ 대비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 원인으로는 우선 전쟁 발발 후 한 달 동안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가 훨씬 크다는 점이 꼽힌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1400여 명이지만 4일 기준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9448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아프리카중동연구부장)은 “응징 보복을 할 때는 자신이 피해를 입은 만큼만 ‘비례 공격’을 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이스라엘이 공격을 당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한 규모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것이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가자지구 못지않게 이스라엘의 탄압이 계속돼온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상황도 일촉즉발이다. 인 교수는 각각 1987년, 2000년에 발발했던 팔레스타인 주민의 봉기를 뜻하는 ‘인티파다’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며 “제3차 인티파다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네타냐후 내각의 주요 인사가 이슬람권 전체에 대한 도발과 망언을 이어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중도파로 분류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극우 인사를 해임하라고 촉구할 정도로 내각의 분열 양상 또한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포스트 네타냐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위 인사들이 간츠 대표,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등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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